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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화물연대 파업 첫날, 인천항만 화물차 운행 '뚝'

이종일 기자I 2021.11.25 18:30:41

25일 오후 인천 컨테이너터미널 앞 한산
평소보다 화물차 운행 줄어…"파업 영향"
노조, 비조합원 기사들에게 파업참여 제안
화물연대 27일까지 시한부 총파업 진행
안전운임제 확대, 지입제 폐지 등 요구

민주노총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조합원이 25일 오후 2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화물차 운전기사에게 파업 참여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형님, 내일 하루만 쉬어요.”

민주노총 화물연대 시한부 총파업 첫 날인 25일 오후 2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조합원들이 화물차 운전기사들에게 파업 참여를 제안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합원들은 2개 팀으로 나눠 터미널로 진입하는 화물차와 터미널에서 나가는 차량을 세워 운전기사들에게 “파업에 동참해달라”고 권유했다. 기사들은 “알았어 알았어”, “내일은 같이 할게”, “수고해” 등의 말을 건네고 화물차의 시동을 걸었다. 한 운전기사는 “우리 운송사는 소속된 화물차 80대 중 5대만 오늘 일을 나왔다”며 조합원들의 제안에 호응해줬다.

조합원들이 세운 화물차는 대부분 비조합원들이 운전하는 차량이다. 노조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비조합원까지 파업에 참여시키기 위해 홍보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평소 오후에는 오전 일을 끝낸 화물차들이 줄지어 터미널로 들어가지만 이날은 4~5분에 한두대 정도씩만 진입했다. 나오는 차량도 비슷했다. 이 때문에 왕복 7차로인 터미널 앞 출입로는 한산했다.

조합원 신모씨(49)는 “다수의 화물기사들이 파업에 동참해 터미널을 오가는 차량이 평소보다 적어 보인다”며 “파업 전에는 터미널 출입로에서 화물차 수십대가 줄지어 들어갔는데 오늘은 오후 근무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이 시작되니 일부 운송사들이 손을 쓴 것일 수 있다”며 “오전에 화물차 기사들에게 일을 몰아주고 일찍 업무를 종료하면 오후 근무자가 확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조합원이 25일 오후 2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화물차 운전기사에게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뒷일 책임 못집니다’라고 적힌 A4용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바닷가 옆이라 찬 바람이 연신 불며 체감온도를 떨어트렸지만 조합원들은 쉬지 않고 화물차를 세웠다. 신씨 등 조합원들은 “화물차 기사들은 파업투쟁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며 “안전운임제 확대, 지입제 폐지 등의 요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화물기사들은 운송사 사정 등으로 인해 파업 참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컨테이너 운송 일을 한 운전기사 A씨(59)는 “운송사에서 쉬지 못하게 한다”며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서 연차 내고 하루 빠지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화물차 기사 B씨(72)는 “노조가 파업해도 안전운임제 확대가 안 될 것 같다”며 “정부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안 될 것 같아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조의 파업 참여 홍보활동은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과 인근 한진컨테이너터미널, 남항 인천컨테이너터미널, 이원컨테이너터미널 앞 등 전체 4곳에서 이뤄졌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시한부 총파업 첫 날인 2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 출입로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소속 조합원 30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인천 중구 신흥동 남항 주변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노조에 따르면 인천지역본부 조합원 750여명 중 파업 참여 인원은 400여명이다.

백남준 인천지역본부 컨테이너지부장은 “인천에서 컨테이너차, 화물차, 카고차를 운전하는 기사는 3만3000여명이다”며 “안전운임제가 2023년 일몰제로 폐지되면 이들 모두 경제적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백 지부장은 컨테이너차·화물차 운전기사들이 현재 한 달에 700만~1300만원을 벌지만 안전운임제(거리 당 운임 일괄 적용)가 폐지되면 400만~1000만원으로 감소한다고 토로했다. 안전운임제는 정부가 거리 당 적정 운임을 정해놓은 일종의 하한선으로 해당 제도가 폐지되면 운전기사들의 매출은 가격경쟁 탓에 급감할 수 있다. 매출의 20%가 기름값으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보험료(연 400만원)와 관리비(월 25만원)까지 내면 생계가 곤란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백 지부장은 “운전기사들은 매출이 줄면 잠을 자지 않고 노동시간을 늘려 돈을 더 벌려고 한다”며 “그러면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래서 안전운임제 폐지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입제에 대해서도 “기사들이 화물차를 사서 차량 번호판을 달려면 200만~300만원을 내야 하며 관리비도 매달 25만~30만원을 내야하지만, 번호판은 회사 소유여서 화물운전을 그만둘 때 이를 한 푼 돌려 받지 못한다”고 폐지 필요성을 설명했다.

화물연대 파업 여파는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시멘트 유통회사가 몰려 있는 경기 의왕시 의왕유통기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이날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으로 가동이 중지됐다. 의왕기지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이 지속된다면 시멘트 제조회사는 물론 유통회사·건설현장 등으로 피해가 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물연대는 27일까지 전국에서 시한부 총파업을 벌인 뒤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2차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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