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지난 2003년 4월 24일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장 이사장은 “당시 나는 미국 듀크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의 객원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미국의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정책과 전략을 연구하고 있었다”며 “바로 그즈음에 벨퍼연구소로부터 북한 핵문제에 대한 초청강연을 받았고, 발표와 토론이 끝난 뒤 다과회에서 보겔 교수와 만났다”고 전했다.
장 이사장은 보겔 교수가 20세기를 이끈 동아시아의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해 인상 깊었다고 회고했다. 보겔 교수는 이외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중국의 덩샤오핑 전 주석,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수상, 일본의 나카소네 전 수상 등을 꼽았다.
보겔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을 “큰 비전을 가진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이 자리에서 보겔 교수는 김대중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상화실장을 역임하고 ‘DJ 적자’라고 불리는 장 이사장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장 이사장은 “나는 한미관계와 동북아시아 문제를 비롯한 중일 관계 등에 관한 새로운 이해와 인식이 필요할 때면 그의 논문이나 책 그리고 칼럼을 줄곧 찾아 읽곤 해 왔다”며 “그리고 80이 넘어서도 지치지 않고 저술 활동을 해 온 그의 지적 호기심에 매우 감탄했다”고 칭송했다.
이어 “동아시아 문제가 새로운 복잡계에 빠질 때면 나는 항상 이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출구를 그의 글 속을 더듬으며 찾으려 했었다. 이제는 이런 출구 찾기도 쉽지 않게 되었다”며 “우리는 너무나도 소중한 세계적인 동아시아 전문가 아니 대석학을 잃었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욱이 미·중 충돌이 날로 격화되고, 그 충돌의 여파가 한반도를 향해 격랑의 파고를 일으키고 있는 이 시점에 그의 사망 소식은 분명 비보(悲報)다. 너무 애석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