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강 생산량의 35%를 차지하는 포항제철소가 멈춰서면 자동차와 조선소, 건설업계 등 전·후방 연관 산업으로의 연쇄 피해가 불가피하다. 포스코는 ‘태풍재해복구TF’를 꾸려 침수 피해 복구 작업과 함께 포항 생산라인 일부는 광양 제철소로 전환해 생산 차질 등 피해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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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홀딩스는 7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제강 및 압연 등의 전(全)공정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노후화로 폐쇄한 1고로를 제외한 2·3·4고로의 가동을 전날인 6일부터 모두 일시적 가동 중단(휴풍)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고로 자체는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후속 공정이 이뤄지는 거의 모든 작업장이 물에 잠기면서 휴풍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폭우에 포항제철소 인근 하천인 냉천의 범람까지 발생하면서 제철소 상당 부분이 침수됐다”며 “특히 침수 피해가 상당한 열연 생산라인 등 제품 생산 공정에 대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재가동 시점을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휴풍은 고로에 고온·고압의 열풍을 불어넣는 것과 추가 연료 반입을 잠시 중단하는 것으로, 조강(쇳물) 생산을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휴풍이 가능한 기간은 5일 남짓이다. 만약 정상화 작업이 지연돼 이 기간을 넘기면 내부 온도가 식은 고로를 재가동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 투입과 함께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문제는 고로가 언제 재가동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발전·송배전 시설이 침수 피해를 직접적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제철소 대부분의 전력을 자가 발전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문제는 포하제철소 재가동이 늦어져 철강 생산에 차질이 계속되면 산업계 전체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
포항제철소 내 조강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1685만톤(t)이다. 제품별 비중으로 보면 배를 만드는 데 쓰이는 후판(338만t) 비중이 가장 크다. 이어 냉연(291만t)·선재(274만t)·열연(220만t)순이다. 그 외 전기강판과 스테인리스스틸(STS) 등도 생산품 목록에 올라 있다. 지난해 기준 포항제철소의 매출액은 18조4947억원으로 포스코홀딩스 전체 매출액의 24.2%를 차지한다.
만약 제철소 문을 한 달간 닫는다면 철강 생산 피해만 조 단위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조업 중단 상황이 길어지면 조선·건설·자동차 등 국내 핵심 전방산업에 철강제품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의 경우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조선업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냉연강판은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에 주로 사용되고, 선재는 건설현장이 최대 수요처다.
◇태풍재해복구TF 가동...조업 정상화 총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김학동 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태풍재해복구TF’를 꾸려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과 함께 조업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로의 정상 가동을 위해 가능한 각 고로별 휴·송풍을 반복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조업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침수된 수전변전소의 경우 1~2일 내로 우선 정상화시켜 복구 작업에 물꼬를 튼다는 계획”이라며 “포항제철소 생산 슬라브 일부를 광양제철소로 전환하고, 광양제철소의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 생산 차질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향후 전체적인 피해 규모와 추가적인 조업 정상화 계획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임직원들이 힘을 모아 최대한 안전하고 신속하게 피해를 복구하고 조업을 정상화해 국가와 지역 경제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며 “수해 복구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그룹 차원의 총력 지원과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