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폐지한다…법조계 "기업 숨통" vs "폐지보단 보완을"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송승현 기자I 2025.09.30 15:04:33

정부·여당, 배임죄 폐지 정하고 대체 입법 마련
기업 경영 위축 지적 꾸준히 제기…"폐지 환영"
형법학자들 "형벌로서 의미 있는데…굳이 폐지?"
폐지시 기존 진행 중인 재판·수사 사안들 '면소'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정부·여당이 ‘기업의 경영 활동 위축을 야기하고 있다’는 배임죄를 폐지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배임죄가 추상적으로 구성돼 있어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일단 폐지한 뒤 대체 입법을 마련하겠단 구상이다. 법조계에서는 기업 경영 활동이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환영하면서도 배임죄를 ‘보완’이 아닌 ‘폐지’한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TF 당정협의에서 정성호(왼쪽 두번째) 법무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이날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통해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기본방향으로 정했다. 정부·여당은 배임죄를 폐지하는 대신 배임죄의 요건을 명확히 하고 처벌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1년 내 대체입법을 추진하겠단 입장이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하는 범죄를 말한다.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제범죄 중 하나다. 배임죄는 단순배임죄, 업무상배임죄, 배임수재죄, 배임증재죄 등이 있다. 이 중 업무상 배임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배임죄를 폐지하려는 배경에는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하게 한다는 경영계의 오랜 문제 제기가 있다. 법조계에서도 상법을 전공으로 하는 학자들은 배임죄 폐지로 기업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임에도 분명하지만 사전규제적 요소가 강해 기업 경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배임죄 등 형사규제 의존을 줄이고 형사규제를 행정·민사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다수 법조계 인사들은 배임죄가 경영 위축 등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전면 폐지는 과도한 입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정부·여당의 배임죄 폐지 후 대체입법 마련에 대해서 의문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많다. 현재 법무부는 배임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고 각 개별법에 배임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임행위를 구체화해 형법의 모호성을 줄이면 될 문제인데 굳이 폐지하려는 이유가 납득이 안 간다는 것이다.

형법 전문가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전원 교수는 “현재 대법원에서도 배임죄와 관련해 엄격하게 들여다보는 판례가 정립됐고 수사 단계에서도 판례에 따라 예전처럼 광범위하게 적용하지는 않고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개정하면 될텐데 오히려 배임죄가 폐지되면 기존 재판을 받고 있거나 수사 중인 사안은 모두 면소될 텐데 그 혼란은 어떻게 하려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국형사법학회장을 지낸 한상훈 연세대 법전원 교수는 “배임죄는 기업 경영자만을 위한 법이 아니고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는 형법이라는 점을 (정부·여당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며 “폐지보다는 개정을 통해 부작용을 야기했던 부분은 도려내고 세밀화하는 작업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여당이 배임죄 요건을 명확히 하는 대체입법 마련을 하겠단 방침을 두고서는 형법 전문가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형법 교수는 “정부·여당이 배임죄를 폐지한다는 방향을 정하기 전 형법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배임죄는 그동안 우리 경제 질서 신뢰에 기여한 바가 있는 만큼 대체입법을 마련할 때는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실하게 들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