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재원 대부분이 올해 예상되는 초과 세수로 충당된다. 적자 국채 발행은 피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세수 추계 오차를 반복하고, 이렇게 더 늘어날 세수를 추경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 낙관적인 재원 조달 구상이란 비판이 나온다.
12일 정부가 발표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전체 59조 4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추경에 초과 세수를 활용함에 따라 법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23조원을 제외하면 일반지출에 쓰이는 돈은 36조 4000억원이다. 정부는 이같은 추경 재원의 58.5%를 초과 세수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당초 2차 추경의 재원 마련 방안으로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적자 국채 발행은 최후순위로 검토한단 입장을 강조해왔다. 실제 이번 추경 재원 조달을 위한 적자 국채 발행은 없다.
정부의 재원 조달 계획을 보면 세계 잉여금과 기금 여유 자금 등을 끌어와 마련한 가용 재원이 8조 1000억원이다. 집행이 부진하거나 지연이 예상되는 사업 등의 예산을 깎아 마련한 재원은 7조원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코로나19 발생 첫해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추경 당시 지출 구조조정 규모가 4조 3000억원으로 최대였다”며 “당시는 예산을 짤때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상황 발생으로 여러 사업을 조정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컸지만 이번에는 그런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대한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렇게 끌어모으고도 턱없이 부족한 추경 재원은 올해 예상되는 초과 세수로 충당한다. 정부는 올해 세수가 본예산(343조 4000원)보다 53조 3000억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세입 예산을 짤 때보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53조원 이상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추경 재원에 활용한단 것이다. 이미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들어온 세수는 111조 1000억원으로 세입예산 기준 32.3%가 걷혔다.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세목은 법인세(29조 1000억원), 양도소득세(11조 8000억원), 근로소득세(10조 3000억원) 등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 7~8월 세입편성 이후 달라진 거시경제 여건, 국세수입 실적과 진도비 등을 감안해 세입경정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
정부와 여당은 초과 세수를 활용해 나랏빚을 추가로 늘리지 않고 추경 재원을 마련하는 데 의미를 부여했지만 야당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추경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작년과 올해 연이어 초과 세수가 본 예산의 10%를 넘나드는 규모로 있다는 건 기재부의 세수 추계 과정에 오류가 있거나 권력교체기에 여당이 되든 야당이 되든 새 대통령이 쓸 수 있는 것을 감춰놨던 소지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50조원이 넘는 초과 세수 가운데 국채 상환에 편성된 예산은 9조원에 불과한 것도 당초 추 부총리가 강조해온 재정건전성 기조와도 충돌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야당 의원 시절 당시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미래의 국민부담인 국가채무부터 상환하는 게 재정운용의 기본인 만큼 정부는 추경 편성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선진국의 통화 긴축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초과 세수가 추계만큼 걷히지 않을 경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추 부총리는 이에 대해 “세수추계 수정 부분은 낙관적 경제전망이 아닌 3월까지 세수 실적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상당히 보수적으로 제시한 수치”라며 “또 전반적으로 경기가 후퇴하고 있는데 세수가 더 걷힌다는 전망에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세수 흐름은 성장률과 물가가 감안된 경상경제성장률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