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입법 강행을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국가의 중대범죄 대응 능력이 무력화되고 사법 체계가 대혼란에 빠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검찰 수사권 축소에 따른 부작용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사건이다.
지난해 9월 대장동 의혹이 본격적으로 대두됐지만 수사 기관들은 관할 문제를 이유로 차일피일 수사를 미뤘고, 결국 핵심 관계자들에게 증거를 인멸할 시간만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 첩보를 입수하고도 5개월째 내사만 진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사건 뭉개기’ 의혹을 키웠다.
또 경찰은 지난해 3월 LH 직원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1년간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였지만 성과는 미진하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도 “국민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점을 안다”고 토로했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이처럼 중대 범죄를 제대로 놓치는 사태가 빈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지난 12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과거 국정농단 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지 않으면 누가 할 것이냐는 대안도 나와 있지 않다. 중대범죄에 대한 대응 자체가 무력해지는 것”이라며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해 12월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지연이 심각한가”라는 질문에 응답 변호사 511명 중 341명(67%)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수완박 강행으로 국가가 중대 범죄 대응 역량을 상실하고 결국 애꿎은 국민이 피해를 보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검찰 출신 조주태 변호사는 “현장 일선에 있는 변호사들은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의 신속성과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을 분명하게 체감하고 있다”며 “사건 피해자들의 불편만 커질 뿐, 경찰에서 아예 고소장 접수를 거부하거나 고소·고발 취하를 종용하는 사례도 잦아졌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경찰 현장에서는 일 잘하고 경력 많은 인재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수사 부서에 배치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한다”며 “이런 현상들이 결과적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치는지 민주당은 제대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현직 검사는 “검수완박은 검사라는 직업을 없애는 차원을 넘어 형사사법체계 한 축을 완전히 없애겠단 것으로, 무너진 사법 체계는 결국 국민적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검사들은 현 상황에 동요하지 않고 각자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각계의 검수완박 저지 노력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