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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부 측은 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 투자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우리나라 고등교육 수요는 주요 선진국 중 가장 크게 증가했음에도 고등교육 투자는 교육재정의 12.8%에 불과해 초중등과 고등교육 재정투자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유·초·중등 교육 투자는 2019년 59조4000억원(84.1%), 올해 70조7000억원(84.0%)인데 반해 고등교육 재정투자는 같은 기간 10조3000억원(14.5%), 12조1000억원(14.4%)에 불과하다.
최 차관은 “기술 진보와 노동시장 고도화에 따른 고등교육 수요 증가는 전세계적 현상이며 국제기구도 적극적 고등교육 투자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고등교육 지출액이 초중등보다 낮은 국가는 OECD 회원국 중 그리스, 콜롬비아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최 차관은 이어 “이러한 불균형이 향후 저출산에 따라 가속화될 전망인 만큼 전문가와 교육계 등 의견수렴을 거쳐 향후 50년을 내다보는 교육재정 개편 논의를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교육교부금 중 교육세 3조원 등을 활용해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가칭)’를 신설해 대학 경쟁력 강화, 반도체 등 미래 인재 양성, 평생교육 지원, 지방대학 육성 등으로 사용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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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 운용의 가장 기본적 원칙은 포괄성이며 이를 저해하는 게 칸막이식 재정운용”이라면서 “교육교부금 제도와 같은 봉토 형태의 재정 운용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단기적으로 보통교부금 재원으로 활용되는 국세 교육세를 고등교육 특별회계 세입으로 전환해 고등교육 투자에 활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을 개편해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활용하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특별회계를 신설하는 정부 개편안은 여전히 비합리적이고 불충분한 개혁”이라면서 “교육교부금 내국세 연동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교육교부금 제도의 근본적인 원인은 재원조달의 책무가 결여된 반쪽짜리 교육자치에서 출발한다”면서 “시도교육청에 재원조달 책무와 권한을 갖게 함으로써 공교육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초중고 교육투자를 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선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저출산 고령화 속에서 학교를 다닐 아이들의 수는 줄어들고 교육 이외 분야에 대한 재정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현행 제도를 크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근본적 이유”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어 “다만 교육세 수입 3조6000억원을 초중등교육이 아닌 고등교육에 지원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우려가 크다”면서 “고등·평생교육에 대한 평가가 먼저 필요하고, 그 이후 재정지출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국세 연동 구조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금철 기재부 사회예산심의관은 “근본적 개편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또 다른 측에서는 (교육 관련) 수요가 있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조금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개편 시급성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교육세에서 일부를 (고등교육에) 활용한다는 정부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