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값 인상에 고통받는 레미콘사…또 다른 시련 온다

함지현 기자I 2022.04.26 15:07:00

''독점·우월적'' 레미콘 운반사업자 운반비 인상 요구 우려
충청·제주 등 지방 이어 수도권도 인상 요구 움직임 보일 듯
두 자릿수 인상 요구 전망…"연이은 부담에 버틸 재간 없어"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시멘트 값 인상으로 시멘트사와 건설사 사이에서 사면초가에 놓인 레미콘사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레미콘 운반 사업자들의 운반비 인상 요구다.

운반 사업자들은 매년 10%가 넘는 높은 운반비 상승폭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운송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레미콘사들은 어려운 상황임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운반비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푸념한다.

서울의 한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충청과 제주 등 지방을 중심으로 레미콘 운반비 인상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과 청주를 비롯한 충청권에서는 레미콘 운송조합이 약 3년간 비용을 올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파업 등 강경 대응에 나선 결과 17~22% 가량의 운송비 상향이 이뤄졌다. 제주지역에서도 최근 레미콘 운송 사업자들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하며 15%의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밖에 수도권에서도 운송비 협상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6월쯤이면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호남권 등에서도 이미 관련 협상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화하지는 않았으나 올해 역시 물가 상승률과 낮은 소득 등의 이유를 들어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레미콘 운반비는 레미콘 가격이 오른 데 비해 더 높은 상승 폭을 보여왔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2009년 대비 지난해 레미콘 운반비는 83.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레미콘 가격은 26.3% 오르는 데 그쳤다.

이처럼 운반비 오름세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레미콘을 운반하는 믹서트럭 총 대수를 정해둔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는 무분별한 난립에 따른 과잉공급 해소 등이 목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9년부터 2년 단위로 공급량을 심의·결정해왔으나 매년 등록 대수를 동결해왔다. 지난해 수급조절위원회에서도 내년까지 신규등록 제한을 결정해 총 14년간 증차가 무산됐다.

레미콘사들은 레미콘을 운반할 수 있는 차량 대수가 정해져 있다 보니 운송사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혹여 이들이 파업에라도 나선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수급조절 제도로 인해 한차례도 영업용 믹서트럭을 증차하지 못하다 보니 운반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독점·우월적 지위의 운반 사업자들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고 노조를 결정해 불법 쟁의까지 도모하니 운반비가 급등할 수밖에 없는 추세였다”고 털어놨다.

최근 레미콘사에는 운반비 인상 이외에도 수많은 시련이 동시에 닥쳐오는 형국이다. 먼저 시멘트사들은 유연탄값 급등을 이유로 시멘트값 인상에 나서고 있다.

시멘트업계 1위 쌍용C&E는 최근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 연합회와 1종 시멘트 판매가격을 기존 톤(t)당 7만8800원에서 9만800원으로 1만2000원(15.2%)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에 다른 시멘트사와 레미콘사 간 가격 협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가격 인상 압박은 받은 레미콘사들은 건설사와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급등하는 시멘트 값뿐 아니라 골재를 비롯한 다른 자재값도 폭등해서다. 현재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는다면 자신들이 손해를 감수하거나 최악의 경우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레미콘사들은 차주들에게 유류도 함께 지원하고 있는데 최근 경윳값이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그 부담까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또 다른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사와 건설사 사이에 끼어 가격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데다 조만간 운반비 문제까지 더해진다면 제살깎아먹기 말고는 버틸 재간이 없을 것”이라며 “이런 부담이 계속된다면 공급 차질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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