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경화제나 의료용 접착제로 신경 손상 없이 무릎 아래 하지정맥류를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민지영 교수(제1저자)와 박상우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은 무릎 아래 대복재정맥(great saphenous vein)에만 피가 거꾸로 흐르는 역류가 있는 환자 50명(73개 다리)에게 ‘비열·비팽창마취 폐쇄술’을 시행한 결과, 시술 직후 모든 다리에서 혈관이 완전히 막혔고 추적 기간 혈관이 다시 열리는 재발도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Vascular Surgery:Venous and Lymphatic Disorders’에 실렸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 속 판막이 제 기능을 못 해 피가 심장 쪽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거꾸로 흐르면서(역류) 혈관이 늘어나고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다리가 붓고 무거워지며 시간이 지나면 피부색이 변하고 궤양이 생길 수 있다. 치료의 핵심은 역류가 생긴 혈관을 막아 피가 거꾸로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문제가 된 혈관을 막으면 피는 주변의 다른 정상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돌아간다.
◇ 신경과 맞닿은 무릎 아래 정맥... 경화제·접착제로 닫는다
대복재정맥은 다리 안쪽을 따라 흐르는 큰 정맥이다. 이 가운데 무릎 아래 구간은 신경과 가까이 붙어있다. 열로 혈관을 막는 기존 열 폐쇄술을 이 구간에 쓰면 복재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있어, 2022년 유럽혈관외과학회(ESVS) 가이드라인은 무릎 아래 구간의 열 소작술을 권고하지 않는다. 2023년 미국혈관외과학회(SVS)등 미국 3개 학회의 가이드라인도 이 구간에는 대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앞선 연구에서는 이 구간에 열 치료를 한 뒤 신경 손상이 3.4%, 최대 7%까지 보고됐다. 증상이 있어도 치료법이 마땅치 않았던 영역인 셈이다.
이번 연구의 비열·비팽창마취 폐쇄술은 열로 혈관을 태우지 않고, 정맥 주변에 마취액을 넣어 부풀리는 팽창마취도 쓰지 않는 방식이다. 회전하는 카테터와 약물(경화제)로 혈관 벽을 자극해 막는 기계화학적 폐쇄술(mechanochemical ablation)을 51개 다리에, 의료용 접착제로 혈관을 붙여 막는 시아노아크릴레이트 접착제 폐쇄술(cyanoacrylate adhesive closure)을 22개 다리에 시행했다.
◇ 시술 직후 73개 다리 모두 폐쇄...1년 뒤 증상점수 4점에서 0점으로
연구는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심장혈관흉부외과 의료진과 정형외과 병·의원 2곳의 영상의학 전문의가 참여한 다기관 후향 연구로, 2020년 10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시술받은 환자의 기록을 분석했다. 환자 평균 연령은 60세, 72%가 여성이었다. 시술은 국소마취 하에 발목 안쪽 혈관을 통해 진행됐다.
시술 직후 초음파 검사에서 73개 다리가 전부(100%)가 완전히 막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1주, 1·3·6·12 개월 추적 초음파에서 막은 혈관이 다시 열리는 재개통은 관찰되지 않았다. 심부정맥혈전증이나 폐색전증 같은 중대한 이상반응도 없었고, 복재신경 손상을 의심할 만한 영구적 감각이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맥질환 임상 중증도 점수(VCSS, Venous Clinical Severity Score)는 시술 전 중앙값 4점에서 1주 뒤 0점으로 떨어진 뒤 12개월까지 유지됐으며, 모든 추적 시점에서 시술 전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두 시술법 모두 증상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12개월 시점 평가대상은 43개 다리였다.
◇ 경미한 이상반응 있었고 후향 연구 한계...장기 추적은 과제
경미한 이상 반응은 있었다. 표재성 정맥염이 8%(6개 다리), 시술 부위 멍이 7%(5개 다리), 붕대·압박스타킹 관련 피부 발진이 7%(5개 다리)에서 나타났지만 모두 2주 안에 보존적 치료로 회복됐다. 연구팀은 후향 연구여서 선택 편향 가능성이 있고, 시술법을 무작위가 아닌 시술자 선호에 따라 정한 점, 표본이 적고 추적이 12개월에 그친 점을 한계로 꼽았다. 장기 효과성을 확인하려면 전향적 무작위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지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치료가 제한적이었던 무릎 아래 대복재정맥을 신경 손상 같은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환자들의 시술 부담은 덜고 더 안전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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