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의원의 출마 선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윤심’, 즉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헌재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다음 날인 5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찾아 접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나 의원에게 대선 출마를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은 지난 2023년 전당대회 당시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비윤(非윤석열)’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나 의원의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에 친윤계가 반대하며 두 사람 관계는 멀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나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서 해임하기도 했다.
그런 그는 최근 탄핵 반대에 앞장서며 다시 윤 전 대통령과 가까워졌다. 그는 탄핵 결정이 나기 전까지 “민주당이 행정부 통치권까지 무력화한다면 우리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좌편향 급진주의로 빠져들고 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윤계 핵심 인사였던 김기현 의원과 원희룡 전 장관은 각각 9일과 10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 모두 “탄핵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발을 뺐다. 김태흠 충남지사 역시 “당 소속 대통령 탄핵에 대한 성찰과 자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출마를 포기했다. 후보 난립 속에 친윤계 주자들이 교통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다만 또 다른 강성 친윤 의원인 윤상현 의원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차출론을 밀고 있다. 그는 7일 한 대행을 찾아가 대선 출마를 권유했으나 한 대행은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나 의원과 김문수 전 장관의 이미지가 상당 부분 겹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윤 전 대통령 탄핵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보수 진영 내 강성 지지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심’을 등에 업고 경선 무대에 등장한 두 인물의 유사한 캐릭터는 향후 당내 경선에서 상호 지지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향후 나 의원과 김문수 전 장관 간의 연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온건한 연대가 가능한 후보군으로 봐야 한다”며 “지난번 김 전 장관을 초청한 토론회도 나 의원이 주도적으로 정리한 적 있다. 1차 경선에서 나 의원이 4강에 들지 못한다면, 김 전 장관과 손잡는 그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