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근원물인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 거래일보다 3.22달러(4.2%) 오른 배럴당 80.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2.64달러(3.3%) 오른 배럴당 82.30달러에 마감했다. 5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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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중동 정세가 유가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이스라엘은 이날 이란과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군 경계 태세를 최고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이란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자 이란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헤즈볼라도 최고위급 지휘관이 공습을 받아 숨진 것에 대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 또한 정례 브리핑에서 “중동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란 혹은 그들의 대리인이 며칠 이내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마스의 불참 입장에도 오는 15일 예정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의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같은 날 미 국방부는 이스라엘 방어를 위해 중동에 더 많은 병력과 군사 장비를 파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추가 병력 파견엔 핵 추진 잠수함인 USS 조지아호와 F-35C 전투기를 탑재한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타격 전단의 이동 가속화 등이 포함된다고 CNBC 등이 설명했다. 중동에는 이미 USS 라분, USS 루스벨트 등이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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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중동의 긴장 고조가 어떤 형태로든 글로벌 원유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을 금지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하루 약 150만 배럴에 달하는 이란의 석유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 4월 미 하원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중국의 이란산 석유 구매를 제재하는 방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도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블룸버그통신은 7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0.1%, 근원 물가 0.1%)에 비해 소폭 상승할 수 있으나 2021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즉,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9월 금리인하 전망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금리 인하는 경제 성장을 촉진해 원유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50%, 0.50%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50%로 보고 있다.
◇ 中예상치 하회 등 원유 수요 전망치 감소
일각에선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유가가 일시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일 수 있으나 원유 수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이날 석유수출기구(OPEC)는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평균 원유 수요량을 일일 1억432만 배럴로 내다봤다. 작년 전 세계 원유 수요량과 비교하면 일일 211만 배럴 증가했으나 지난달 보고서보다 14만 배럴 줄어들었다.
OPEC의 올해 전망치 하향 조정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디젤 소비 급감과 부동산 부문의 위기 등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원유 수요가 예상치를 하회한 데 따른 것이다.
OPEC는 내년 원유 수요량 또한 지난달 보고서 대비 20만 배럴 감소한 일일 1억611만 배럴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