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의원의 파격적인 승부수에 여야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여권은 다소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당장 부동산 투기 의혹에 시달려온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의 거취가 또다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선경선을 둘러싼 각종 잡음으로 어수선했던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다시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윤 의원의 사퇴가 최종 확정될 경우 국민의힘이 부동산 문제에서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과시하면서 현 정부를 코너로 몰 수도 있다. 향후 만만찮은 정치적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윤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 아버님의 농지법 위반의혹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면서 “이 시간부로 대통령 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을 멈추겠다. 또 국회의원직도 다시 서초구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 드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권익위는 윤 의원 부친의 농지법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으로 윤 의원을 ‘부동산 거래 의혹’ 의원 명단에 올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해당 부동산이 본인 소유가 아닌데다 본인이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소명을 받아들여 당 처분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대선 출마 포기와 의원직 사퇴 뜻을 전날 오후 지도부에 전달했다. 지도부는 강하게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윤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사퇴 이유에 대해 “당에서 소명을 받아들여 본인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혐의를 벗겨줬으나 우스꽝스러운 조사로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시킬 명분을 제공해 축을 허물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대선후보와 치열하게 싸워온 제가 국민들 앞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인에 대한 도덕성 기준이 높아야 한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권익위의 조사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윤 의원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 이번 권익위의 끼워 맞추기식 조사는 우리나라가 정상화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 정권교체뿐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했다.
윤 의원이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의원직 사퇴 의사를 접지 않는다면 본회의에서 윤 의원의 사직안을 표결에 부쳐야 한다. 국회법 제135조(사직)에 따르면 국회는 의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고, 사직 허가 여부는 표결로 한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일 경우 사직을 허가한다. 윤 의원은 ‘본회의 가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수당이 민주당인데, 민주당 대선 후보를 치열하게 공격한 저에 대해 가결을 안 할거라 예상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또 서울시장 출마 염두설 등 거취에 대해선 “제가 생각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당이 강건하게 나가는 걸 응원하겠다”고 했다.
|
◇與 “피해자 코스프레” 평가절하…野, 이준석 눈물에 대선주자까지 만류
윤 의원의 대선 불출마 및 의원직 사퇴 입장에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당은 윤 의원의 대선 불출마 및 의원직 사퇴 주장을 평가절하했다. 현실화되기 어려운 점 탓에 국민 기만을 위한 사퇴쇼이자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비판이다. 이재명 캠프 김남준 대변인은 “사퇴 의사는 전혀 없으면서 사퇴 운운하며 쇼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정청래 의원 역시 “국회의장이 의원직 사퇴 안건을 상정하지도 않을 뿐더러 상정돼도 통과되기는 어렵다”고 비꼬았다. 다만 여권의 기대와는 달리 윤 의원의 파격적인 결단과 관련해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실망한 민심이 호응할 경우 여권의 처지는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반면 국민의힘은 ‘윤희숙 지키기’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물론 대선주자들까지 나서서 사퇴를 만류했다. 윤 의원이 경제통으로 향후 대선정국에서 ‘날카로운 창’으로 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특히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보이며 “정중하게 이번 결정을 재검토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당의 입장에선 소중한 인재”라며 옹호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권익위를 비판하면서 윤 의원을 응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권익위가 정상거래를 불법투기로 둔갑시키고 이를 딸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전근대적인 연좌제나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문재인 대통령도 농지법 위반에 대해 뭉개고 있는데, 본인 일도 아닌 부모님이 하신 일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뜻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