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저소득층 90% “아이 먹일 밥도 부족”…쌀값 폭등에 비상

방성훈 기자I 2025.08.25 17:09:32

저소득 가정 10곳 중 9곳 “자녀 식비 감당 어려워”
임금은 정체·물가는 급등…60% "식재료 구매 줄여”
“경제 회복 거시 지표와 달리 서민들은 더 팍팍해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저소득층 가정 10곳 중 9곳이 자녀들의 식비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쌀값 등 물가가 급등하는 데도, 임금이 정체한 탓이다.

(사진=AFP)


25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국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 더 칠드런’ 일본 지부가 지난 6월 일본 내 저소득층 7850가구(자녀 약 1만4000명)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90% 이상이 ‘아이에게 충분한 식사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쌀값 등 생활비 급등, 임금 정체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2.7% 올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7월 기준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3.1% 올랐고, 신선식을 제외한 식료품 가격은 무려 8.3% 급등했다. 특히 일본인의 주식인 쌀은 흉작과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수요가 몰리며 1년 새 가격이 두 배나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사 대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두 식구 기준 11만 2200엔(약 105만 5000원), 네 식구 기준 15만 1000엔(약 142만원) 선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은 한부모 가정이었으며,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60% 가량은 쌀·밀가루 등 주요 식재료 구매를 줄였거나 아예 중단했다고 응답했다. 생활고로 자녀 식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가정 내 ‘식탁 위 불평등’은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시즈오카현에 사는 40대 여성의 사례를 인용해 “주변 사람들에게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굶주려 쓰러질 정도”라며 “아이들이 살이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세이브 더 칠드런 일본 지부는 정부에 경제적 취약 가정을 대상으로 한 현금 지원과 무상 급식 확대 등 아동 식단 안정 대책을 촉구했다. 자체적으로도 쌀, 국수, 파스타 소스, 통조림 등 식품을 가난한 가정 아동에게 전달하는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민간 차원의 대응도 확대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무료 혹은 저렴한 식사를 제공하는 ‘어린이 식당’(코도모 쇼쿠도)은 2016년 319곳에서 올해 2월 기준 1만 867곳으로 급증했다.

식당 운영 단체 ‘무스비에’의 이와사키 유미 홍보 담당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이후에도 줄지 않았다”며 “식품 가격은 계속 오르지만 임금은 그대로여서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일본 내부에서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거시 지표와 달리 서민 생활은 더 팍팍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아이들조차 충분히 먹지 못하는 아동 빈곤이 구조적 문제로 고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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