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K뷰티·F&B·라이프스타일 기업 제품들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메디큐브, 조선미녀, 스킨천사, 티르티르, 올리브영 등 국내 대표 뷰티 브랜드들이 잇따라 북미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외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들 역시 유망 K뷰티·라이프스타일 기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이때 업계 관계자들은 현지에 녹아든 전문가와 협력해 마케팅 전략을 세우며 시장을 공략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조언한다.
현지 시장의 뉘앙스를 이해하고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잡도록 도와줄 수 있는 현지 전문가가 절실한 가운데, K뷰티·라이프스타일 기업의 북미 정착을 돕는 한국계 창업자가 만든 미국 에이전시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큐레이티드 에이전시(Kurated Agency)’다. 회사는 지난해 7월 설립돼 K뷰티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미국 현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종합 지원하고 있다. 북미·남미의 인플루언서, 연예인, 핵심 오피니언 리더들과 협업하고, 현지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브랜드를 현지에 알리거나, 세일즈를 최대화 하는 등 각 회사 맞춤 전략을 마치 큐레이팅하 듯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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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티드 에이전시를 이끄는 이소라 대표는 ‘돌싱글즈4’에 출연해 유명세를 탔다. 넷플릭스, 메타, 틱톡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공룡을 줄줄이 거친만큼 커플 성사여부보다 커리어로 더 주목받았다. 이소라 큐레이티드 에이전시 대표는 실리콘밸리, LA, 뉴욕을 오가며 일할 당시 구축한 네트워크와 과거 3D 하드웨어 스타트업 창업 경험 살려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는 현재 올리브영 입점 업체 몇 곳과 협업해 북미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이소라 대표는 “페이스북 스타트업 가라지 서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했을 당시 스타트업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포지셔닝과 전략 수립에 집중하며 도운 경험이 매우 뜻깊었다”며 “돌싱글즈 출연 이후, 미국 진출을 꿈꾸는 브랜드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는데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에이전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에이전시를 설립하게 됐다. 그는 특히 타깃층을 뷰티, F&B, 라이프스타일 섹터로 설정해 이 분야에 특화된 전략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동안 쌓아온 모든 자산을 활용해 브랜드들의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홀로 미국에 건너가 UC 버클리대를 조기 졸업했다. 그 당시 미국 사회는 한국을 그저 전쟁이 있던 작은 나라, 혹은 산업화 성공 모델의 하나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했다. 그는 “이제 전 세계가 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주목한다”며 “특히 K뷰티는 확실한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 내에서 K뷰티 붐이 정점을 찍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과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미국 현지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이며 전 세계 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K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특히 미국에서의 성공은 브랜드의 위상을 크게 높이고 장기적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 마케팅부터 파트너십 체결까지 종합 지원
큐레이티드 에이전시는 브랜드가 필요로 하는 목표에 최적화된 마케팅 캠페인을 설계하고 실행해준다. 이를 위해 전략·포지셔닝을 기반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매니지먼트, 팝업·오프라인 이벤트, 틱톡 샵 운영, TV·이벤트 스폰서십, 연예인 엠버서더 계약, 파트너십 구축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대표는 “현지화 부족과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미국 진출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현지 소비자에게 적합한 브랜딩, 메시징, 커뮤니티 빌딩 그리고 유통 전략이 필수적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예컨대 세일을 자주 진행하거나 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하는 한국 문화는 현지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 사람들은 뷰티에 대한 관심이 한국보다 덜한 편이다. 이들에게 신상품을 너무 빈번하게 제공할 경유 제품 간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결정 마비에 빠져 오히려 구매를 미루거나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소비자 층이 다양한 인종과 취향을 가진 만큼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제품을 내놓는 게 더 효율적이다.
에이전시 업무 외에도 그는 현재 엔젤 투자자로서 뷰티와 F&B 섹터 기업들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UC 버클리대 하스 MBA 당시 사모펀드 수업의 조교를 맡을 정도로 투자은행(IB)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이들과의 협력도 향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한국 관련 펀드를 운용하고자 하는 VC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앞으로 개인투자자로서 스타트업 지분 투자 혹은 K뷰티·라이프스타일 업체를 포트폴리오사로 둔 VC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미국 진출을 원하는 기업이 첫 제품 개발 단계부터 도움을 주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오는 5~6월경 뉴욕 한국문화원(KCCNY)과 함께 ‘파워 오브 뷰티’라는 행사를 기획 중이다. 행사는 300명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며, 크리에이터와 브랜드에 배움과 네트워킹을 제공하는 자리로 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