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조 커졌지만 수익률은 ‘뒷걸음질’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9년 221조2000억원 △2020년 255조5000억원 △2021년 295조6000억원 △2022년 335조9000억원 △2023년 382조4000억원으로 최근 5년 간 평균 10% 이상 증가세를 보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수익률은 최근 5년 간 2.35%, 10년 간 2.07%에 불과한 수준이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도 1.68%로,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의 운용수익률이 평균 5% 내외인 것에 비해 크게 저조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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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에 별도 조직을 만들어 인건비나 운영비를 주고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며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사들은 연금 체계 개편시 당장 반대할 수 있지만 결국 금융사들에게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퇴직연금 가입률의 격차도 상당한 편이다. 영세 사업자일수록 퇴직연금 가입을 부담스러워해 금융기관을 통한 사외 적립이 아닌 사내 적립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럴 경우 체불 위험이 더욱 높을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과 근로자 가입률은 각각 91.9%, 70.5%로 절반을 훌쩍 넘고 있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각각 23.7%, 33.5%에 불과하다.
정부 관계자는 “은퇴 시점까지 충분한 연금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중도인출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퇴직연금을 모두 모아 운용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지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키를 쥔 국회에서 아직 전혀 논의되는 바가 없고 정부 TF차원에서 논의 중이라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부, 기금형 제도 도입해 선택권 확장
퇴직연금 제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의 선택권 확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현재의 계약형 제도에 더해 가입자가 기금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연금공단과 같은 공적기관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등의 민간 금융사도 퇴직연금 운용사로 들인다는 게 고용부의 구상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기관 간 수익률 경쟁 등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미국과 호주, 일본 등 금융 선진국도 퇴직연금을 계약형과 기금형 제도로 운영 중이며, 이중 기금형은 민간기관이 이끌고 있다. 미국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기금인 ‘401(k)’가 대표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금형을 도입하되 국민연금과 같이 공공기관 주도로 운영하기보다는 계약형이나 기금형을 병행하는 선진국과 같이 여러 기금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공공과 민간이 경쟁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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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도 기금형 퇴직연금이 있지만 상시근로자 30인 이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푸른씨앗) 제도가 유일하다. 근로복지공단이 위탁한 민간 금융회사가 운용하고 있고 중소기업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 국가 재정이 투입된다.
정부는 다음달 재개하는 ‘퇴직연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기금형 도입과 관련한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