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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조사 달라진 특검…‘반드시 필요’→‘원칙적 필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필요하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수사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 조만간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를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대통령 대면조사 없이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특검은 대통령 대면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9일 특검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 조사를 비공개로 조율한 이유’에 대해 “제한된 수사기간 동안 반드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열흘 사이 대통령 대면조사에 대한 특검의 입장이 크게 달라진 셈이다.
특검이 대통령 대면조사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은 데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최순실(61)씨 측에게 430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됐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이 구속됐다는 것은 결국 법원이 뇌물수수자로 의심받는 박 대통령에 대한 혐의도 상당 부분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특검으로서는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더라도 현재 확보한 증거만으로 박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특검이 이 부회장을 구속 수사하면서 박 대통령의 뇌물죄 관련 증거를 추가 확보할 가능성도 크다. 성사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실효성도 장담할 수 없는 대통령 대면조사에 매달리기 보다는 남은 기간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뇌물죄는 준 사람이 있으면 받은 사람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범죄”라며 “법원이 박 대통령이 뇌물을 수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뇌물공여자인 이 부회장도 구속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통령 대면조사 거부 = 수사연장 압박카드
특검이 더 이상 대면조사를 위해 박 대통령 측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특검은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지도 않고 비공개로 대면조사 일정을 조율하는 등 공을 들였다. 모두 대통령 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9일로 예정됐던 대면조사 일정이 미리 언론에 유출됐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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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대통령 조사를 수사연장을 위한 명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특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낸 수사기간 연장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오는 28일까지 수사를 마쳐야 한다.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30일이 추가돼 다음달 30일까지 수사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도 대면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끝내 받지 않았다. 특검 대면조사는 받겠다고 밝혔으나 수사종료 8일 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응하지 않고 있다.
특검 수사의 핵심인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촉박한 수사기간 때문에 진행되기 어렵다는 여론이 모아질 경우 승인권한을 지닌 황 대행을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특검 관계자는 “황 대행에게 아직 승인연장 여부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가급적 빨리 판단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