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빅테크, 두달새 회사채 132조원 발행…‘AI 빚투’ 시한폭탄

김윤지 기자I 2025.11.24 15:34:09

가뜩이나 AI 수혜주 고평가로 불안한데
회사채 홍수에 메타·오라클 채권 가격↓
CDS 스프레드도 뛰어…“주가 부담으로”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해 회사채를 대거 찍어내면서 이 또한 시장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 AFP)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을 인용해 9월 초 이후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인 아마존, 알파벳, 메타, 오라클이 총 900억달러(약 132조 8000억원)에 가까운 투자등급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40개월간 이들 회사가 발행한 물량을 넘어서 시장의 소화 능력을 시험했다.

테라울프와 사이퍼 마이닝 등은 투기등급 시장에 진입해 70억달러(약 10조 3300억원) 이상의 하이일드 채권을 발행했다. 이들 기업은 가상자산 채굴에서 AI 데이터센터 개발로 사업 모델을 바꾸면서 자금 조달에 나섰다.

기업들은 조달 자체에는 성공했지만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해야 했다. 발행 이후 2차 시장에서 회사채 가격이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신용 지표 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WSJ는 “주식 투자자들은 이미 AI 기업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불안해하고 있었고, 최근 채권 시장의 약세에도 주목하고 있다”면서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격)도 상승해 부정적 분위기가 여러 투자자 층에서 상호 증폭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CDS 비용 상승은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한 시장의 경계 심리를 반영한다.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존 로이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금 시장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면서 “AI 주식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신용시장이 잘 버티기 어렵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AI 투자 열풍은 시장의 강력한 상승 동력이었지만, 최근 들어 AI 거품론이 부각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달 들어 6.1% 하락했다.

기업별 차이는 있다. 많은 현금을 쥔 알파벳, 아마존, MS 등은 AI 투자 많은 부분을 자체 조달할 수 있지만 메타는 상대적으로 적은 보유 현금 탓에 더 많은 부채 조달을 필요로 한다. 이에 10월 말 메타는 300억달러(약 44조 3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종전 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했다. 이후 일부 채권은 2차 시장에서 가격이 더 떨어지며 금리가 상승했다. 현재 메타 회사채는 AA 등급임에도 IBM의 A 등급 회사채와 유사한 수준의 금리를 형성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AI 클라우드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오라클의 경우 현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오라클은 향후 3년간 약 650억달러(약 96조원) 규모의 추가 채권을 발행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현재 오라클 채권 수익률은 주요 투자등급 기술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오라클 CDS 가격도 급증했는데, 이 같은 흐름 아래 오라클 주가는 이달 들어 24% 밀렸다.

AI 데이터센터 기업인 코어위브 채권은 더 높은 위험을 반영하고 있다. 코어위브 채권 금리는 투기등급 수준으로, 트리플 C급 등급와 유사하다. 7월 발행된 코어위브 2031년 만기 채권은 현재 달러당 92센트에 거래 중이다. 수익률은 약 11%에 달한다.코어위브는 AI 수요 증가라는 호재에도 기존 사업 기반이 없고 최근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이라는 악재가 겹쳐 이달 들어 주가가 46% 급락했다.

최근 회사채 시장 부진만으로 AI 개발 속도가 둔화되지는 않겠지만 주식과 채권의 상호작용에 따라 부정적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은 높다고 WSJ는 내다봤다. 채권 가격 상승은 하이일드 등급 기술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내년 이들 기업의 채권 발행 규모는 월가가 예상한 200억~600억달러(약 29조 5000억~88조 5000억원) 범위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윌 스미스 하이일드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한다는 것은 결국 무조건적인 직선형 성장보다는 자본 비용에 맞는 합리적인 프로젝트만 실제로 건설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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