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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부동산금융 익스포저, 신탁업계만 유일하게 증가”

박미경 기자I 2024.09.25 18:24:26

한국신용평가 ‘변곡점 맞은 PF 및 시계제로 책임준공형 개발신탁’
6월 말 신탁사 14곳 신탁계정대는 6조604억원
“신탁계정대, 우발 부채 성격…재무제표 반영되지 않아”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올해 들어 금융업권의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감소했으나, 부동산신탁업계만 유일하게 익스포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탁계정대는 우발 부채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으며, 일부 부동산신탁사의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자료=한국신용평가)
25일 한국신용평가는 ‘변곡점 맞은 PF 및 시계제로 책임준공형 개발신탁’ 웹세미나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융업계 전체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전년 말 대비 약 9조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부동산 신탁업은 오히려 증가하며 업계 내에서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실제로 올해 6월 말 기준 부동산신탁사 14곳의 신탁계정대는 6조60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2조원대에서 6조원대로, 2년간 3배가량 급증했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사업비를 조달하기 위해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대여한 금액이다. 부도 등으로 시공사가 준공 기한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 신탁사는 신탁계정대를 투입해 사업비를 조달한다. 이를 회수하지 못할 경우 신탁사의 손실로 인식돼 부동산신탁사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여윤기 한신평 연구원은 “대부분의 금융업종이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익스포저를 줄이는 가운데 부동산신탁업계만 홀로 증가했다”고 꼬집었다.

신탁사가 취급하는 개발신탁 상품은 차입형과 책임준공확약형(책준형)으로 나뉜다. 두 상품 모두 신탁계정대가 증가하고 있다.

여 연구원은 “개발신탁 수주 실적은 부동산 경기 저하의 영향으로 지난 2021년 이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면서도 “사업이 축소됨에도 신탁사의 부동산 익스포저가 증가하는 것은 신탁사가 개발 사업에서 갖는 역할이 일반 금융기관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탁사는 단순한 자금 대여자 역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사업이 잘 완료될 수 있도록 필요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입장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익스포저가 사후적으로 증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재무제표를 통해 신탁사의 우발 부채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부동산 PF는 실행 즉시 재무제표에 대출채권 또는 유가증권으로 반영돼 적시에 파악이 가능하지만, 신탁사의 신탁계정대는 향후 투입될 규모와 시점이 불확실해 재무제표의 우발 부채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현재 자사 등급을 보유 중인 신탁사 8개사의 신탁계정대는 지난 6월 말 4조원에서 1년 뒤 약 4조7000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도 1조1000억원에서 1조28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산업 전체의 결과만 보면 스트레스 부채 비율이 150% 이내로 나타나 재무 부담이 관리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개별 신탁사별로 구분해서 보면 일부 신탁사의 경우에는 재무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A 회사와 B 회사의 경우 분양 성과 개선과 자본력 강화가 동시에 나타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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