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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2일(현지시간) “아다니 엔터프라이즈가 2000억루피(약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철회한 영향으로 아다니그룹 소속 10개 상장사들의 주가가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면서 “힌덴버그 리서치가 주가조작·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한 이후 시가총액이 1040억달러 증발했다”고 전했다.
아다니 엔터프라이즈의 유상증자는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여서 당초 시장의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힌덴버그가 아다니그룹이 주가조작과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공매도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유상증자 자체는 성공했다. 일반공모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청약률이 3%에 그쳤지만, 다음 날인 31일 아랍에미리트(UAE) 왕실의 도움을 받아 청약률을 92%까지 끌어올렸다. 인도 금융당국은 유상증자 성공 기준을 청약률 ‘최소 90%’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날 아다니 엔터프라이즈의 주가가 28% 폭락해 1941.20루피에 마감, 공모가 범위(3112~3276루피) 하단보다 약 38% 낮아졌다. 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전례 없는 상황과 현재의 시장 변동성을 감안했을 때 투자자들에게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공모증자를 중단한다”며 “비정상적인 주가 변동으로 이사회는 증자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증자를 진행했던 주관사와 협의해 증자금 반환절차에 들어갔다.
주가뿐 아니라 아다니그룹이 발행한 각종 증권 가격까지 하락하고 있다. 아다니그룹 계열사인 아다니 항만·특별경제구역과 아다니 그린에너지가 발행한 일부 회사채 금리는 이날 30%를 넘어섰다. 인도 투기등급 회사채의 평균 금리(8.14%)를 크게 상회, 사실상 부실채권으로 전락했다.
이에 크레디트스위스와 씨티그룹은 아다니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및 주식을 담보로 하는 대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 신용경색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위기가 심화하면 아다니그룹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벤 실버먼 베리티데이터 리서치소장은 블룸버그에 “이번과 같은 공모증자 취소는 이례적”이라며 “마지막 순간에 철회해 당장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