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지식재산처 승격 의미는…"IP가 기업 생존 좌우"

최오현 기자I 2025.10.22 13:35:56

노재일 특허그룹 디딤 대표변리사 인터뷰
"R&D와 IP는 이제 하나의 언어"
기업에 부담되는 특허 분쟁…"예방이 중요"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최근에는 ‘무엇을 만들었나(Product)’보다 ‘무엇을 소유·통제하나(IP)’가 매출·가치평가·생존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개발(R&D)과 지식재산권(IP)을 한 몸처럼 설계·집행하는 ‘IP-R&D 일체화’가 특히 중요합니다.”

노재일 특허그룹 디딤 대표변리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특허청이 국무총리 소속 ‘지식재산처’로 승격하면서 국가 차원의 IP 전략이 새롭게 정비되는 가운데, 이데일리가 지난 21일 만난 노재일 특허그룹 디딤 대표변리사는 IP-R&D 일체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식재산처 승격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IP 정책의 조정력과 일관성을 강화하고 국가 R&D 성과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지식재산처 출범에 대해 “그간 개별적으로 관리돼왔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통상부의 R&D 사업이 국가 차원에서 통합적인 IP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정부가 내년도 R&D 예산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편성하고 중소·중견기업의 혁신기술 지원을 예고한 것도 ‘IP-R&D 일체화’ 중요성이 강조되는 배경이다.

그는 또한 “정부 지원은 더 직접적이고 심사는 더 정량적으로, 그리고 ‘특허·상표 등 산업재산권’을 갖춘 기업이 확실히 유리하도록 한 사업들이 다수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복잡한 서류전보다 ‘IP 실체’가 평가 기준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 기조도 같은 방향이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8월 중소기업이 각종 정부 사업을 신청할 때 필요한 서류를 간소화하는 한편, 기술평가는 빅데이터 기반의 정량 평가로 중심축을 옮기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정책 변화는 늘어나는 국내외 지식재산 분쟁을 국가가 선제 대응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는데도 의미가 있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식재산처와 한국지식재산보호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외에서 무단으로 선점된 것으로 의심되는 우리 기업 상표는 총 3만841건에 달했다. 이 중 중소기업이 1만863건(35%)으로 가장 취약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술 교류가 잦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특허 분쟁 대비 차원에서 사업 초기부터 IP 전략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허 분쟁이 이미 발생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법적 공방에서 불리한 위치일 수 밖에 없어서다. 국내 특허 분쟁 구제가 이원적으로 이뤄지는 점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는 부담이다. 우리나라는 특허 분쟁 시 권한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등은 법원에서, 권리 범위 및 권리의 유·무효 판단은 특허심판원에서 다루기 때문에 변호사와 변리사를 따로 선임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런 탓에 노 대표는 미리 “핵심 기술 2~4건은 분할·연속출원으로 수직 확장, 주변 8~15건(모듈·공정·사용처)은 수평 확장으로 권리 장벽을 쌓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사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 간 협업 시, 성과물의 소유 또는 지분에 대한 사전 명시도 강조했다. 또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제조업의 경우 국내·해외 소송 대응비용 담보되는 중소기업 IP 침해보험을 가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에서 지식재산 분쟁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IP 역량은 이제 방어 수단을 넘어 경영의 핵심이 되고 있다. 노 대표는 이번 정권의 핵심키워드를 ‘기술거래’로 꼽으며 “기술가치평가는 거래에 바로 쓰이는 실시간 지표로, IP 전략은 개발·표준·거래·집행을 한 장의 설계도로 묶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IP 기반 경영 환경은 이미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노 대표는 “최근에는 정부·투자자·대기업 발주는 기업이 ‘얼마나 혁신적이냐’보다 독점력과 수익화 경로(특허·영업비밀·라이선스)를 보유 또는 보장할 수 있는지 묻는다”며 “용역 계약 등을 체결할 때 해당 제품·서비스에 대한 FTO(Freedom to operate) 검토 보고서를 요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O는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시장에 내놓기 전 IP 리스크가 없는지 사전에 검토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노 대표는 이런 변화 속에서 ‘지식재산처 시대’의 변리사 역할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변리사는 지식재산의 권리의 창출과 거래 및 분쟁을 모두 포함한 분야의 전문가”라며 “R&D·표준·출시·거래·집행을 하나의 조직에서 수행하는 전략가로서 기업 가치를 재고시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IP금융 브릿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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