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대출 절벽 없다…ELS 제재에도 생산적 금융 위축 막을 것”

최정훈 기자I 2025.12.01 15:00:00

[금감원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
“연초 충격 없도록 금융위와 공조”…가계대출 관리에도 시장 불안 진화
홍콩 과징금에도 “RWA·자본규제 조정해 생산적 금융 지장 없게 할 것”
금융지주 지배구조 논란엔 “특정사 개입 아냐…이사회 투명성 위한 일반론”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연말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은행권 ‘대출 절벽’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내년 초까지도 대출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대규모 과징금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위험가중자산(RWA) 부담 완화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생산적 금융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이 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관리 가이드라인을 약간 초과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말까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이 여파가 내년도 대출 여력을 심각하게 제약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연초까지 ‘대출 절벽’이 발생하는 상황은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관련 우려 자체가 커지지 않도록 금융위와 긴밀히 공조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이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홍콩 ELS 제재에 따른 자본규제다. 현재 2조원에 달하는 거액 과징금이 부과되면 RWA가 늘고, 자본규제상 ‘10년간 7배’에 달하는 증액 규정까지 겹치면서 향후 기업금융·모험자본 등에 나설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생산적 금융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장애 요인이 두 가지, RWA 증가와 자본건전성 규정 부담이라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내년 전반기 모험자본 공급이 본격화될 시기에 정책적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RWA 반영 시점 조정 등 여러 완화 방안을 금융위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은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과징금·과태료 수준 자체는 법적 제재 틀 안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콩 ELS 제재의 강도와 관련해서는 기관·임원 문책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홍콩 ELS 제재는 사실상 첫 리딩 케이스로,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감독당국이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성이 있다”며 “사고를 사전에 막지 못한 부분은 엄정히 보되, 사고 이후 금융회사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피해 구제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제재 수위에서 균형 있게 참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재의 방향을 ‘강한 메시지+사후구제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로 정리한 셈이다.

ELS 사태로 인한 제재와 별개로, 은행권 자본규제를 어떻게 조정하느냐는 향후 생산적 금융의 속도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업계에선 “막대한 과징금이 그대로 RWA와 자본비율 부담으로 이어질 경우, 위험가중치가 낮은 기업대출·중소기업 금융보다 오히려 단기·저위험 자산을 선호하는 ‘역인센티브’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원장은 “정책적 공익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제도 설계와 운용을 조정하는 것이 감독당국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의 핵심은 ‘소비자 보호와 생산적 금융의 병행’이다. 홍콩 ELS 등 대형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해선 강한 제재 기조를 유지하되, 그 여파가 RWA와 자본규제로만 귀착돼 실물·중소기업 금융을 옥죄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제도 조정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결국 은행권이 요구해온 “제재는 받더라도, 생산적 금융 여력은 살려달라”는 메시지에 대해 금감원이 어떻게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편 국감 당시 논란이 됐던 금융지주 회장 선임 관련 발언의 배경도 ‘지배구조 일반론’ 차원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그는 “금융지주사는 높은 공공성이 요구되는 조직인데 이사회 구성이 연임 욕구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구조가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특정 회사 경영에 개입하려는 뜻이 아니라,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모범관행·TF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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