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처우도 참았는데 연구도 못하나’…국립대병원 교수의 분노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안치영 기자I 2025.11.12 13:38:41

“교수 정체성 훼손…연구시간 줄면 떠나“
“복지부 불신 커…3개월만에 졸속 추진“
처우 개선도 필요해…연봉 20~30% 낮아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한 국립대병원 교수는 매일 헤드헌팅 업체로부터 메일을 받는다. 대부분 지역 전문병원으로 오면 현재 연봉의 몇 배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유혹에도 그가 국립대병원에 남아 있는 이유는 희귀질환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 때문이다. 만약 진료 시간을 늘려 연구하는 시간을 뺏기고 병원 수익 압박이 거세진다면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직할 생각이다.

지난 10일 서울에 있는 콘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진행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협의체’ 제3·4차 회의에서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보건복지부)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의 소관부처가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되는 것을 두고 병원 소속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복지부에 대한 신뢰 부족과 함께 연구 기능이 약화하는 점을 우려한다. 실제로 국립대병원협회가 최근 9개 국립대병원 교수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교수진의 80%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국립대병원이 진료 중심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다. 복지부는 국립대병원을 거점의료기관으로 육성해 지역 내 의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끔 할 계획이다. 이는 곧 진료 기능을 극대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수들은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연구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 지방 국립대병원장은 “지금도 지역필수, 공공의료 등 진료 관련한 언급만 나오는 상황”이라며 “복지부는 교육이나 연구가 아니라 진료만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곧 교수로서의 정체성 상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립대병원 교수는 “의대 교수와 의사는 다르다”면서 “교수 아이덴티티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 동료 선후배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에 대한 불신이 큰 데다, 소관 부처 이관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교수들의 반발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이들은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정리도 안 하고 3개월 만에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 국립대병원장은 “복지부는 인력 지원, 연구비 확보 등을 약속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지원해줄 것인지 속 시원한 해답이 없다”며 “결국 복지부에 대한 신뢰가 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참에 국립대병원 교수진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립대병원 교수들의 평균 연봉은 빅5 교수들의 평균 연봉보다 약 20~30% 낮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일부 사립대병원을 제외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들이 교수직을 그만두고 개원하거나 지역 내 병원급 의료기관에 들어가면 평균 수익은 최소 2배 이상 늘어난다.

국립대병원협회 지역필수의료강화 TF는 “지금은 부처이관을 서둘러야 할 때가 아니라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안에 대한 의·정 간 공동 모색과 협력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