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민의 동거동락] 왜 우리 애를 기죽이고 그래요!

고규대 기자I 2026.02.13 09:32:57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최가온(가운데)이 은메달을 획득한 미국의 클로이 김, 동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오노 미쓰키와 기뻐하고 있다.(리비뇨=연합뉴스)
[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최근에 지인이 요즘에는 학교에서 상을 주는 행위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을 해 놀랐던 적이 있다. 몇몇 학부모의 항의 때문인데, 수십 명의 학우 중 몇 명만 상을 주면 상을 받지 못한 본인들의 자녀가 소위 ‘기가 죽는다’라는 이유에서란다. 물론 비슷한 항의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요즘 들어 무시할 수 없는 정도로 많아졌다고 한다. 몇몇 학교에서 이런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게 된 계기는 바로 그런 항의가 예전처럼 절대 소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는 졸업식 당일 모든 학생 앞에서 상장을 수여하는 방식을 폐지하고, 졸업식에 앞서 성적 우수자 등을 대상으로 별도의 시상식을 열었다고 한다. 또 초등학교에서는 이미 ‘1인 1상’이 자리 잡았는데, 모든 학생이 그것이 어떤 상이 되었든 상을 하나씩 집에 가지고 간다고 한다. 심지어 학생들이 직접 본인이 받고 싶은 상의 이름을 사전에 정하기도 하는데, 학교 측은 이것이 최근 강화하고 있는 포용 및 평등 교육 기조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과연 이런 방식이 진정한 평등을 추구하는 것일까? 과연 이것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방법일까?

상(賞)이란 무엇인가? 한 개인(혹은 단체)이 무언가에서 뛰어난 결과를 냈을 때 그것을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하여 수여하는 것이다. 출발선은 같을지 몰라도 학생의 재능과 노력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것은 필연적인데, 우수한 성과를 내는 개개인에게 상을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는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이 문명을 이루고 살며 행해진 오래된 관습이다. 상을 받는 이는 상을 받으면서 겸허하게 감사하며, 상을 받지 못한 이는 수상자에게 축하의 박수와 함께 본인이 더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건강하지 않은 경쟁이 만연해지며 사회가 더 각박해지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서 나아가는 것이 아닌, 남들을 깎아내리고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기조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건강하지 않은 삶의 기조 및 경쟁 구도가 교육의 장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현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좋지 않은 변화에는 교권 침탈 또한 크게 이바지를 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노래 ‘스승의 은혜’의 가사인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하루가 멀멀다 하고교실 내에서 선생을 우습게 보고 업신여기며 때로는 폭행 및 성희롱까지 하는 학생들에 관한 기사를 우리는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이끌어야 하는 교사의 권위가 위협받고 있고, 이는 통솔의 부재로 이어졌다. 어느 단체든 리더의 부재는 결코 좋은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요즘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은 불과 만 17세의 최가온 선수가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일구어냈다. 은메달은 최가온 선수의 우상으로 알려진 미국의 클로이 김 선수가 거머쥐었다. 클로이 김이 최가온을 미국에 초청해서 훈련도 도왔을 정도로 두 선수는 친한 사이다. 최가온 선수의 금메달 획득 확정 직후 클로이 김 선수가 그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아름다운 모습 또한 중계되었다.

두 선수가 보여준 스포츠맨십이란 것은 두 선수 혹은 팀이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경쟁을 하며 승자와 패자 모두 박수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을 일컫는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서로 밟고 올라서야 한다는 가르침보다 건강하고 건전한 스포츠맨십부터 가르치는 것이 어떨까?
◇ 서형민 피아니스트=베토벤 국제콩쿠르 우승자 출신으로 글로벌 활동을 하는 국내 손꼽히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서형민 피아니스트는 각국을 오가면서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인식해 다문화와 관련된 글로 ‘동거동락’(同居同樂)이라는 미래를 함께 꿈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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