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은행 임추위 역할 강화한다는데…상법상 괜찮나

김나경 기자I 2026.02.02 13:00:00

지배구조법상 CEO 추천권 가진 은행 임추위
“지주사 관여해도 은행 역할보장” 모범관행 있지만
임기만료 한달 전 임추위 회의하고, 후보군도 없고
은행들 “비공식 회의로 후보 추천 등 지주와 소통”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주요 은행이 신임 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기존 행장 임기 만료 한 달 전에서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첫 회의를 여는 것에 대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지적에 따라 금융지주 지배구조 TF에서 지주뿐 아니라 은행 등 자회사의 임원 추천 과정까지 손질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지주는 은행 임추위 역할을 제대로 보장했나…기록은 어디에

당국은 금융지주가 은행 임추위의 역할을 충분히 보장했는지를 보고 있다. ‘공식 회의’를 통해 후보군 추천·의결 제출 등의 과정을 거쳤는지 등에 대해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은행이 최고경영자(CEO), 사외이사, 감사위원 등을 선임할 때 은행 임추위 추천을 받은 사람 중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가 행장 선임에 관여할 경우라도 은행 임추위의 역할을 충분히 보장해야 하고, 그 세부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세부기준으로는 △지주가 상시후보군 현황 및 수정·보완 이력 등을 제공, 은행 임추위는 상시적 평가 근거 축적 △후보군 추천 권한 부여, 지주의 후보 평가시 은행 임추위원 의견 제출, 후보 재추천 등을 통해 ‘실질적·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은행 임추위가 임기만료 한 달 전 첫 안건을 의결하고, 연말에 최종 후보자만 추천하는 등 실질적 역할이 미흡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기검사, 간담회 등에서 은행 이사회의 실질적 역할 강화를 주문할 예정이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사업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24년 12월 31일 이재근 당시 행장 임기만료를 약 한 달 앞둔 같은 해 11월 28일, 첫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이날 행추위는 위원장 선임안,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안 두 건을 의결했다. 이어 2주 후인 12월 12일 KB금융지주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계추위)에서 추천한 이환주 당시 행장 후보를 심층 인터뷰했다. 또 2주 후에는 이 후보를 전원 찬성으로 추천했다. 행장 임기만료 한 달 사이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지적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주사에서 최종 후보군을 내려받은 시점에 첫 회의를 한 것일 뿐, 행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훨씬 전인 상반기부터 후보 추천 등의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우리은행 임추위도 CEO 승계절차에 대한 의결을 단 한 번 진행했다는 지적이다. 조병규 당시 행장의 임기 만료 10일 전인 12월 20일, 정진완 당시 행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안건을 올려 5명 위원의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은행 임추위는 같은 해 2월, 12월에 각 2회씩 열려 약 10개월 간 임추위의 안건 의결 절차는 없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지주에서 상시 후보군과 경영승계계획 전반에 대한 내용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 2월 최소 검증기간을 임추위 규정에 명시해 절차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2024년 총 11차례 임추위를 열고, 행장 임기만료 약 두 달 전인 10월 8일 은행장 후보 심의 기준을 가결했다. 12월 6일 은행장 후보 추천에 대한 사항을 의결, 같은 달 17일 한 차례 더 회의를 개최해 최종 후보를 추천했다. 지주가 후보를 정해주면 은행 임추위가 비공식 간담회에서 논의해 그동안 기록·공시가 안 남았는데, 법적 근거가 있는 은행 임추위가 심의·의결하는 구조로 격상했다.

연말 행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하나은행은 2024년 9월 25일 행장 경영승계계획과 후보자 추천 세부 절차 및 평가기준, 후보군 육성 프로그램 운영안을 은행 임추위에서 심의·의결했다. 10월 9일 행장 후보군(롱 리스트), 같은 달 23일 숏 리스트 후보군을 의결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후 12월 18일 회의에서 행장 후보를 최종 선정하고 주주총회에 추천했다. 하나은행 이사회는 지주에 후보군을 추천하는 공식 절차를 만들어 은행 이사회가 롱 리스트·숏 리스트를 의결하는 구조로 돼 있다.

금감원, 은행 임추위 ‘실질적 기능’ 요구할 방침…주주인 지주 역할은 어쩌나

올해 말 4대 은행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금융당국은 은행 임추위가 ‘실질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주사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군을 그대로 수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 임추위가 여러 후보자를 평가하고 지주에 의견을 내는 공식적인 소통과 피드백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모범관행이 잘 지켜지는지 정기검사와 이사회 간담회에서 계속 살펴봤고, 은행 임추위가 실질적 역할을 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앞으로도 점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지난주 가동한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 은행 임추위 역할을 살펴볼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개정 상법과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에서 주주의 역할이 최근 더 강조되고 있다”며 “은행의 주주인 금융지주가 후보군을 추천·검증·평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주주의 이익 대변과 법상 기구인 은행 임추위의 역할 강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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