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불금` 주요 유흥가 초긴장…이태원 '한산', 홍대 '북적'(종합)

황병서 기자I 2023.10.27 23:45:14

경찰 등, 이태원·홍대·강남 등지 집중 점검
철제 펜스부터 전광판·안내방송까지 등장
시민들 “만족한다”…“진작에 이렇게 하지” 아쉬움도
이태원은 애도 속 한산, 홍대로 인파 몰려

[이데일리 황병서 이영민 기자] 경찰·소방·구청 등이 이태원참사 이후 첫 핼러윈 주간을 맞아 총력 관리에 나섰다. 유동인구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태원·홍대 인근엔 우측통행을 유도하기 위한 펜스 등이 설치됐고, 원활한 보행 흐름을 위한 전광판과 안내음까지 등장했다. 사람들은 경찰 등의 이러한 조치에 “마음이 든든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으나, 일부는 “진작에 이렇게 했으면 지난해 참사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 이태원·홍대·강남엔…“경찰 반 시민 반”

핼러윈데이를 앞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거리가 경찰에 의해 통제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27일 오후 이데일리가 서울 용산구의 이태원 일대와 마포구의 홍대클럽 일대 등을 둘러본 결과, 경찰 등 관계 당국이 안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인파 쏠림 현상 등이 최소화되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이태원참사가 벌어진 인근인 이태원역 1·4번 출구 앞 차도에는 철제펜스를 설치해 차량 이동을 제한했다. 세계음식거리 곳곳에는 철제펜스와 함께 경찰과 지자체 직원들이 배치돼 행인의 동선이 한 방향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인도 주변에 세워진 불법 주정차 차량은 경찰의 안내에 따라 다른 곳으로 이동조치됐다.

이태원역 출입구 벽에는 일방통행 동선과 이용할 수 있는 출입구가 적힌 안내문이 부착됐다. 승강장에는 ‘역사 안이 혼잡하니 안내에 따라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반복해서 재생됐다. 용산구청 공무원들과 의용대 소방대원들은 안전봉을 들고 호루라기를 불며 도보순찰에 나섰다. 노선버스는 오후 5시부터 이태원역 인근 정류장에서 정차하지 않고 지나쳤다. 각 버스 정류장에는 핼러윈 안전대책을 위해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오후 5시부터 오전 3시 사이에 버스가 지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날 8시 기준 8만명의 인파가 몰린 홍대 입구의 상황도 비슷했다. 인파가 많이 모이는 교차로 앞에는 ‘비켜주세요. 미안합니다.’란 내용의 안내음이 울려 퍼졌다. ‘핼러윈 기간 인파밀집 특별관리 시행 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천천히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란 문구의 전광판도 설치됐다. 경찰관 5~6명은 경광봉을 든 채 사람들의 우측통행을 유도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는 ‘9번 출구 입장 통제, 입장 고객은 8번 출구를 이용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입간판을 설치했다. 출구 앞에는 경찰들이 경광봉을 든 채 배치돼 사람들의 동선을 관리하고 있었다.

마포구와 강남구 등에선 구청장, 경찰서장, 소방서장 등이 합동 순찰을 실시하기도 했다. 합동점검은 오는 31일부터 내달 1일까지 5일간 이어진다. 강남구는 밀집지역 주요 거리에 안내 표지판 등을 설치하고 불법 주정차 및 보도 상태 등을 점검했다.

◇ 시민들 의견 분분…“안전하다” vs “진작에 했으면”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러한 안전 관리에 시민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찰병력 등의 배치에 안전함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 홍대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작년에는 이렇게까지 관리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경찰들이 많이 배치됐다는 것을 느낀다”며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든든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서 만난 한주희(33)씨도 “작년에 큰일이 있었으니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조금 불안하지만, 전보다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쉬운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태원을 찾은 동작구에 거주하는 전모(22)씨는 “(안전관리를) 일찍 시작하면 핼러윈 당일에는 안쪽 골목까지 상황이 괜찮아질 것 같다”면서도 “사실 안전대책이나 지침이 시민에게 알려지지 않아 피부에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씨와 함께 이태원을 방문한 권모(22)씨도 “어떻게 해도 작년 사고를 생각하면 충분한 건 없는 것 같다”며 “아직 충분하지 않아 보여서 계속 보완해나가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대를 찾은 20대 대학생 임모씨는 “진작에 이렇게 인파관리를 했으면 지난해에 비극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 참사 벌어졌던 이태원, 애도 물결 속 ‘한산’

한편 이태원 인근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 주변에 위치한 한 식당은 6개 테이블 중 단 한 곳에만 손님 두 명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인근 탕후루 가게는 손님과 주인 없이 빈 상태로 가게 문이 열려 있었다. 이태원에서 행사대행일을 하는 김모(42)씨는 “아무래도 여기서 행사나 장사하는 분들이 많은데 지난 일로 상권이 죽는 건 아닌 것 같다”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지난 24일 이달 27일부터 31일까지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모인 인파에 대비해 안전대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 마포·용산·강남 등 주요 지역의 경찰서는 경계강화 비상근무를 실시하고 12개 경찰서 620명과 경찰관기동대 10개 부대 등 총 1260명을 취약 장소에 투입한다. 아울러 경찰은 도로와 인도 위 위험성 장애물을 지자체와 관리하고, 서울교통공사와 협업해 밀집이 예상되는 지하철역사에서 중요범죄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핼러윈 관련 인파가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홍대 레드로드 일대를 방문해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윤 청장은 마포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업해 인파 밀집 예상지역에 대한 선제적 안전활동을 강화하고, 흉기난동 등 이상동기 범죄와 성범죄 등 강력범죄 예방활동에도 만전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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