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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아베 향한 메르켈의 `역사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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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15.03.11 17:40:22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닮은 점이 참 많은 지도자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면서도 유럽과 아시아의 맹주국을 이끄는 최고 지도자라는 점이 같다. 보수성향을 가진 집권당인 독일 기독민주당과 일본 자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또한 둘은 전쟁 이후인 1954년에 태어난 동갑내기이기도 하다.

물론 차이점도 분명하다. 메르켈 총리가 유로존 재정위기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수습을 주도하며 유럽내에서 두터한 신망과 지지를 얻고 있는 반면 아베 총리는 자국내 지지도만을 의식해 과도한 우경화와 주변 이웃국가들과의 갈등을 조장하는 천덕꾸러기로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에 걸친 메르켈 총리의 일본 방문 과정에서 이 둘 사이의 차이점은 극명하게 표출됐다. 첫날 메르켈 총리는 첫 일정으로 군(軍)위안부 기사로 인해 일본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아사히신문을 선택해 아베 총리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어 강연에서도 `동북아 관계 개선과 화해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와 독일 관계 개선을 예로 들며 “(독일이 다른 유럽국가들과 화해할 수 있었던 것은) 이웃국가들의 관용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독일이 과거를 제대로 마주 보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틀째인 10일에도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갖고 “일본과 한국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화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이를 위해 (일본이) 군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작심한 듯 파격 행보를 보인 메르켈 총리를 두고 일본 언론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지만, 독일을 비롯한 서구 언론들은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따끔하게 문제를 지적하는 메르켈의 언사에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이같은 메르켈 총리의 행보가 진정성있게 느껴지는 것은 그녀부터가 지난 2005년 취임 이후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과거사 문제를 반성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월 아우슈비츠 해방 70주년 기념식에서도 “나치 만행을 기억하는 것은 독일인의 항구적인 책임”이라며 영원한 반성을 촉구했다. 앞선 2007년 9월 유엔총회서도 국제사회를 상대로 사과했고, 이듬해 3월에는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쇼아(재앙을 뜻하는 히브리어)는 독일인에게 가장 큰 수치”라고 공개 사죄했다.

사실 전후세대로서 선대들이 만든 과거사의 오점을 여과없이 받아들이고 이를 스스로 반성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독일 역시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이나 국제사회의 압박에 슬기롭게 대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이를 애써 외면하면서 오히려 역사에 무관심한 일본 민심을 악용해 우경화로 정치력을 강화하려는 얕은 수법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헌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해외 파병 등 주변국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대외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연립여당이 승리했다며 축배를 들었지만 자민당만 놓고 보면 직전보다 의석수는 4석 줄었고, 유신회를 비롯한 극우 정당들도 참패하고 말았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일본도 독일이 이뤄냈듯이 과거사로 인한 은원을 풀어 이웃들과 화해와 공존을 모색해야할 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입에 번번이 결정적 장애물이 되는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워야할 시점이다.

패전국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일깨워준 동갑내기 메르켈 총리의 `쓰지만 몸에 좋은` 역사수업을 아베 총리가 새겨 들어야할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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