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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무부장이 자신의 쌍둥이 딸에게 시험지를 유출한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와 같은 사례가 전국 26개 중·고교에서 적발됐다. 교사나 학생이 시험문제를 유출했거나 대입에 영향을 미치는 학생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 4년간 초중고 감사 3만여건 적발…학교당 3건
교육부는 17일 이러한 내용의 ‘초중고 감사결과 공개 및 종합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5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1만392개 초중고교를 감사한 결과다.
지금까지는 부산·울산·전남·경남·제주 등 5개 교육청만 적발 학교를 실명으로 공개하고 나머지 12개 교육청은 학교 이름을 익명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회계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 명단이 실명 공개되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31일 초중고 감사결과도 실명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오는 18일까지 각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감사결과를 모두 실명으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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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숙명여고와 같이 시험지를 유출한 사례는 12개교에서 13건이 적발됐다. 숙명여고를 포함해 부산연제고·전남한영고·경기향일고·서울외고·대전생활과학고·충남예산여고·전북함열여고·서울대광고·부산과학고·광주대동고·전남문태고 등이 적발된 학교다. 사립학교가 9곳, 공립이 3곳이다. 유형별로는 일반고가 7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특목고 2곳, 자율고 2곳, 특성화고 1곳 순이다.
◇ 시험지 유출사례 13건…교사·학생이 11건
시험지 유출 13건 중 6건은 학생이, 5건은 교사가 유출했다. 해당 교사 중 3명은 파면·해임을 당했으며, 1명은 감봉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1명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시험지 유출에 연루된 학생은 퇴학(4명)을 당하거나 출석정지(1명) 처분을 받았다.
이 가운데 광주 대동고 행정실장 박모씨는 지난 4월과 7월 총 2차례에 걸쳐 3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내 학부모 신모씨에게 건넸다. 박 씨는 ‘아들이 의대에 가기 위해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학교운영위원장 신씨의 부탁을 받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연제고의 경우 교사 B씨가 2015년 자신의 집에서 영어시험을 출제하던 중 문제가 유출된 경우다. 당시 B씨의 집에 와 있던 친정어머니 C씨가 문제를 빼내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의 학원생들에게 나눠줬다. B씨의 경우 문제 유출과정에서 고의성이 발견되지 않아 감봉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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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학생부(종합·교과)전형에서 핵심 평가 요소로 쓰이는 학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 기재한 사례가 14개 중·고교에서 15건이 적발됐다. 이 중 12건은 대입과 직결된 고교에서 적발된 사례라 학부모 불신이 커질 전망이다. 학생부 관리 규정을 위반한 교사 등 담당자 15명 중 5명은 파면(3)·해임(2)을, 5명은 정직(3)이나 감봉(2)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5명은 견책 처분에 그쳤다.
분당 대진고에서는 교사 C씨가 2015년 이 학교 학생인 자녀의 학생부 동아리활동 기록을 수정했다. C씨는 동아리 담당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항목에서 학생부 기재권한이 없지만,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이러한 일을 저질렀다. 학교 측은 해당 사실을 확인하고 교사 C씨를 파면했다.
분당 대진고를 비롯해 한국외대부속고·서울삼육고·부산대덕여고·서울청담고·서울성신여중·김포외고·경기근명중·경기양일중·대구청구고·대전보문고·서울상명고·경기통진고·경기세원고 등 14곳이 학생부 조작이나 허위기재로 교육청 징계를 받았다.
교육부는 이날 ‘학생부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훈령)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숙명여고 사례처럼 교사가 시험지를 유출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고교 상피제’를 내년부터 도입한다. 부모가 교사로 있는 학교에 자녀가 배정되지 않도록 교원인사나 학생배정을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같은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다른 학교로 이동 배치하거나 공립학교 파견이 가능토록 규정을 바꿀 예정이다.
시험지 유출 등 학생 평가와 관련한 비리·부정에 대해서는 교육청의 시정명령 없이도 모집중지 등 해정 처분이 가능토록 했다. 지금까지는 교육청이 학교에 시정명령을 내린 뒤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만 행정 처분이 가능했다.
◇ ‘상피제’ 도입…부모·자녀 같은 학교 못 다닌다
시험지 유출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교내 기말·중간고사 시 단계별로 보안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자녀가 재학 중인 교직원은 시험 출제단계부터 참여하지 못한다. 시험지 인쇄단계에서는 출입이 가능한 교직원의 경우 전자기기를 소지하지 못하게 했다.
학생이 직접 학생부를 작성, 교사에게 제출하는 이른바 ‘셀프 학생부’도 근절하기로 했다. 시도교육청이 학생부 마감 전 이를 점검하고 ‘셀프 학생부’가 적발된 교사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일부 교사들이 학생부 기재할 활동사항을 학생들에게 적어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학생부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가 일일이 학생들을 평가해 기록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개정안은 또 학생부에 부모 신상정보를 기재할 수 없게 했다. 대입에 부모 배경이 작용하는 경우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대입에 영향을 미치는 수상경력은 학기당 1개로 제한한다.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이 커지면서 고교에서 교내 상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탓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자율동아리 활동은 학년 당 1개의 동아리 활동만 기록할 수 있다. 동아리 활동도 ‘대입 스펙’으로 활용되면서 사교육이나 부모 도움을 받아 동아리를 만든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소논문(R&E)’도 모든 교과에서 기재하지 못하게 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초중고 감사결과 실명 공개가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교육 신뢰 회복 추진단을 부총리 직속으로 설치하고 교육 비리를 근절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