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빗썸 중심으로 고착화하고 있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과점체제에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과 함께, 오랜만에 살아난 거래 회복기에 오히려 점유율을 둘러싼 출혈 경쟁만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이번 결정에는 앞서 수수료 무료화에 나선 디지털엑스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엑스는 지난 24일부터 1년간 원화마켓 전 종목의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과 코인원은 당일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변화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전날 열린 코인원 이사회에서도 하반기 경영전략을 논의하며 수수료 무료 정책을 꺼내 들었다.
앞서 시작된 디지털엑스의 수수료 무료 정책은 거래량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5대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고팍스) 가운데 0.2%대를 기록하던 코빗의 시장 점유율은 이날 0.98%로 1%에 가까운 수준까지 뛰었다. 수수료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이동하면서 단기간 거래량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수수료 경쟁이 재점화한 시점이다.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반등하면서 국내 거래소의 거래대금도 다시 늘고 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5대 원화거래소의 전날까지 합산 주간 거래대금은 12조4989억원(약 90억3000만달러)으로 직전 주(8월 12~18일) 6조6026억원(약 47억7000만달러)보다 89.3% 증가했다. 전날 비트코인 가격도 약 3개월 만에 8만달러를 넘어섰다.
통상 가상자산 가격 상승과 거래대금 증가는 거래소의 수수료 수익 증가로 이어진다. 거래소 매출에서 거래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거래가 살아나는 시점은 실적을 회복할 기회다. 그러나 중위권 거래소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오히려 수수료를 포기하면서 업계에서는 경쟁이 장기화할 경우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나 증권사는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이자수익이나 금융상품 판매 등 다른 수익원이 있어 무료 서비스를 고객 유입을 위한 ‘미끼상품’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거래소는 매출에서 거래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만큼 같은 전략을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수수료 무료화로 확보한 점유율이 정책 종료 이후에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과거에도 무료 혜택을 앞세워 단기간 거래량과 점유율을 끌어올렸지만 이벤트가 끝나면 이용자가 다시 빠져나가는 사례가 반복됐다. 올해 2월 빗썸도 전 종목 수수료 무료 이벤트 기간 점유율이 30%대로 올랐지만, 이벤트 종료 이후 다시 20%대로 내려앉았다.
다만 이번 경쟁에는 과거와 다른 변수가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라는 대형 증권사가 각각 디지털엑스와 코인원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서다. 수수료 면제로 단기 거래량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증권사가 보유한 고객 기반과 금융서비스를 거래소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결국 무료 수수료로 확보한 이용자를 금융사와의 서비스 연계를 통해 장기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향후 점유율 경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코인원과 한국투자증권도 이런 연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는 향후 공동 서비스 개발과 실무 협업을 위해 이날부터 내달 첫째 주까지 코인원 오피스 내부에 한국투자증권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한투 측 디지털자산 총괄책임자가 상주하며 직접 대응 마련에 나선다. 코인원은 지난달 27일 앱에 한국투자증권 웹트레이딩시스템(WTS)으로 연결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코인원 신규 가입자수는 이날 이후 전날까지 85%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 경쟁이 반복되면 투자자 사이에서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는 무료’라는 인식이 굳어져 장기적으로 업계 전반의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단순 수수료 경쟁보다는 지속적인 고객 유입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코인원 앱과 한국투자증권 WTS 연결에 이어 한국투자증권 앱에도 가상자산 시세 조회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서비스 연계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