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왕 전 청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같은 의혹으로 방사청 관계자들을 조사한 이후 8월 방사청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보안감점’ 기준 변경으로 설계 사업 수주
KDDX는 외산 ‘이지스’ 전투체계가 아닌 국산 전투체계를 탑재하는 등 대한민국의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평가되는 6500톤급 국산 구축함 건조 사업이다. 사업의 첫 단계인 기본설계 수주전에서 HD현대중공업은 당시 제안서 평가에서 한화오션(042660)(옛 대우조선해양)에 0.056점 앞서 이를 따냈다. 지난 달 27일 KDDX 기본설계가 마무리 돼 올해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이 발주될 예정이다. 해군은 7조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총 6척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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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14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해군 간부로부터 한화오션이 만든 KDDX 개념설계도(3급 군사기밀)를 ‘도둑 촬영’해 보관해 온 사실이 2018년 4월 국군방첩사령부 보안감사에서 적발돼 수사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직원들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9명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방사청, HD현대중공업 제재 보류
그런데도 방사청의 지침 변경으로 당시 HD현대중공업은 ‘보안감점’을 받지 않아 결과적으로 KDDX 기본설계 사업을 따낸 모양새가 됐다. 왕 전 청장은 지난 2020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법원 판결이 나와야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사안을 미뤘다.
방사청은 “당시 국무총리소속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의 기업 현장애로 개선과제 검토 요청과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의결 통보사항 등을 검토해 보안사고 감점기준을 개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엄동환 현 방사청장은 지난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HD현대중공업 측의 기밀문서 유출과 관련해 “법원 판결문 획득이 어려워 이 건에 대해서 구체적 제재 심의를 하기가 제한됐다”면서 “최근 판결문을 확보했는데, 계약심의회의를 통해 부정당 제재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죄 판결을 받은 HD현대중공업 소속 직원들은 이 사건의 판결문을 제3자가 열람할 수 없도록 공개 제한을 신청해 관계기관 등의 판결문 열람이 어려웠다.
하지만 방사청은 지난 달 계약심의원회에서 추가 검토할 사안이 있다며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 제재 결정을 보류했다. 과징금 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징계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