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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과 기재부는 6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 및 역동경제 구현을 위한 정책방향’을 주제로 ‘확대 거시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총재와 최 부총리, 한은과 기재부의 관련 국·실장들은 이날 협의회에서 2시간 가까이 토론을 진행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하락의 이유를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았다. 그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선도기업 부족 △보호무역 등 통상환경 변화와 중국 특수 소멸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 인구 유출 등을 주요 구조적 문제로 지적했다.
이 총재는 해결책도 내놨다. 그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유휴노동력(완전 고용과 현재 고용 수준의 차이)의 노동활용도를 높이고, ICT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산업 간 융합 촉진과 공급망 다변화 등 대외 리스크에 대한 선제 대응, 거점도시 육성 등을 통한 수도권 집중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을 과도한 규제와 인구 위기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도한 규제, 기업 성장 사디리 약화 등으로 산업·기업 전반의 역동성이 크게 저하됐다”며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 인구 위기가 현실화되며 잠재성장률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고 짚었다.
최 부총리는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 생태계 강화, 사회 이동성 제고와 저출산 등 인구 위기 극복 등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 과제를 모색하고 이를 통해 성장과 분배,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경제·사회 시스템 구현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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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관 사이 거시정책협의회는 2011년 처음 열렸다. 부 기관장이 참석해 거시경제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토의하는 등 소통의 장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데 있어 양 기관의 정책 협력 체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협의회를 기관장급으로 격상, 2018년 이후 6년 만에 부총리가 한은에 공식적으로 방문하게 됐다.
이번 회의는 큰 틀의 논의만 오고 갔다는 후문이다. 양 기관은 앞으로 차관급 거시정책협의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해 이날 논의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이 총재의 기재부 방문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총재가 기재부를 방문하게 되면 한은 총재의 최초 방문이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협의회를 두고 정부의 한은을 향한 금리인하 압박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제·금융·통화당국 간 최고위급 협의체인 이른바 ‘F4 회의’에서 이 총재와 최 부총리가 매주 만나고 있는데, 최 부총리가 공식적으로 한은에 방문한 것은 다른 의중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1일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많은 분들이 저를 찾아와 물가가 3% 밑으로 내려가면 금리를 낮추라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2.8%로 집계됐다.
다만 기재부는 이같은 시각에 대해 부인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F4회의에서 매주 만나긴 하지만 F4 회의는 기본적으로 주제 자체가 금융시장”이라며 “부총리 취임 후 한 번은 한은을 직접 방문하는 게 한은에 대한 예의고 앞으로의 협조를 구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시정책협의회라는 틀을 빌려서 하는 건 우리가 지금 맞닥뜨린 문제 중 가장 큰 게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기재부가 한은에게 일방적으로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나 힘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