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츠코리아가 위기에 빠진 발단은 지난 5월 환경부로부터 배출가스 불법조작 혐의로 적발되면서부터다. 환경부는 5월 6일 벤츠코리아가 2012년에서 2018년까지 판매한 경우 차량 12종 3만 7154대에 대해 배출가스 불법조작을 한 것으로 최종 판단하고 인증취소, 결함시정 명령 몇 역대 최고액인 과징금 776억원을 부과하며 형사고발한다고 밝혔다. 이후 환경부의 고발에 따라 검찰은 같은 달 27~28일 이틀간 벤츠코리아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첫번째 논란은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주에 해외 출장을 떠나면서 벌어졌다. 실라키스 사장은 이때 한국을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았다. 자연스레 배출가스 불법조작에 대한 수사를 피하기 위해 도피성 출국을 했다는 의심을 샀다.
또 다른 논란은 실라키스 사장의 후임으로 내정됐던 뵨 하우버 전 벤츠 스웨덴 및 덴마크 사장이 부임을 거부하면서 벌어졌다. 뵨 하우버 사장은 8월 1일자로 벤츠코리아 사장으로 선임됐으나 발령일자를 며칠 앞두고 일신 상의 이유로 부임을 거부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하우버 사장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에 한국 부임을 끝까지 고심하다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신 상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우버 사장이 부임을 거부한 벤츠코리아 사장 자리는 결국 한국인인 김지섭 부사장이 맡게 됐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5일 고객서비스 부문을 총괄하고 있고 김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겸임하게 됐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시장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해 국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김 부사장을 사장 직무대행으로 신속하게 임명했다”고 밝혔다.
|
하지만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결국 배출가스 불법조작 수사를 피하기 위해 외국인 사장이 부임을 회피한 자리를 한국인이 맡게 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벤츠코리아 사장을 맡게 되면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한국 상황과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게다가 이미 5년간 수입차 시장 1위를 달리며 더 이상의 성과를 내기도 어려운 한국 시장을 맡는 게 달갑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라키스 사장의 도피출국이나 하우버 사장의 부임 거부는 벤츠가 한국 시장을 우습게 본다는 인식을 만들 수 있다”며 “실제로 수입차 커뮤니티나 고객들 사이에서 이런 불만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이미지 실추는 판매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벤츠코리아의 7월 판매량은 5215대로 여전히 1위를 지켰으나 전월(7672대)대비 32%, 전년동기(7345대) 대비 29% 감소하며 시장점유율이 26.37%까지 떨어졌다. 전달과 비교해 2위인 BMW와의 격차도 14.17%포인트에서 5.03%포인트로 대폭 좁혀졌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7월 판매가 준 것은 6월에 물량이 많이 풀리면서 판매가 늘어난 기저효과로 인한 일시적인 것”이라며 “신차 출시 등에 따라 언제든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