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기차의 버스전용차로 시범적용 방안’ 토론회가 무산됐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원 30여명이 토론회를 앞두고 단상을 점거했고 주최 측은 끝내 토론회 취소를 결정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달 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 관련 후속조치로 열렸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차 보급 활성화 취지의 인센티브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전기차의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한시적 운행허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현대·기아차 등 37개 회원사 구성된 협회와 산업부 산하기관인 공단이 이날 공론화 첫발을 떼려고 했지만 불발된 것이다.
정부와 전기차 업계에서 검토 중인 방안은 도로교통법 시행령(9조1항·행정자치부령)을 개정해 전기차 진입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민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사무국장은 “천안-판교 등 수도권 고속도로 구간에만 특정 요일·시간대에 한시적 시범사업으로 진입을 우선 허용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이 시행령에 따라 고속도로는 9인 이상 승합차 및 승용차로, 시내노선은 36인승 이상 대형승합차 등으로 버스전용차로 통행 차량이 제한돼 있다. 고속도로는 경부 고속도로 일부 구간, 시내노선은 서울·경기·인천·대구 등에서만 적용되고 있다.
시행령이 개정돼 전기차 진입이 허용되면 해외처럼 보급도 늘 것으로 정부와 업계는 전망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연구에 따르면, 미국(16개주)·노르웨이·영국(런던, 노팅엄)·독일의 경우 버스전용차로에 전기차 진입이 한시적으로 허용돼 있다. 이광복 에너지공단 수송에너지팀장은 “일반 차선은 막히는데 전기차가 버스전용차선에서 달리고 있다면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버스 노조와 사업자들은 “특정 자동차 제조업체만 이익을 볼 것”이라며 “최후 수단으로 버스를 세워서라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523개 업체가 등록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정현수 과장은 “시범사업이 도입되면 도심 시내노선과 택시 진입까지 확대허용되는 건 시간 문제”라며 “버스전용차선이 무용지물이 되고 생계·수익 타격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8만여명이 소속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의 위성수 정책부장은 “전기차 끼어들기로 인한 대형사고, 혼잡구간의 교통체증이 증가할 것”이라며 “노선버스의 운행시간을 못 맞추면 영업정지·벌금 페널티가 부과되기 때문에 무리한 운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논쟁의 본질은 신산업에 대한 기득권의 반발이자 이해관계 싸움”이라며 “이대로 주저 앉으면 에너지·환경 문제, 미래자동차 산업에 해법이 없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나승식 산업부 에너지신산업정책단장은 “추가 토론회 등 향후 대책으로 결정된 건 없다”며 “관계 부처별 협의를 해보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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