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명·비극 없는 '일상 서스펜스'…편혜영 신작 '어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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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I 2025.09.17 13:53:07

데뷔 후 첫 ''짧은소설집'', 11편 작품 수록
서스펜스와 일상의 긴밀한 연결 보여줘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편혜영 작가가 새 소설집 ‘어른의 미래’를 출간했다. 편혜영 작가는 단편소설 ‘식물 애호’가 ‘뉴요커’에 게재되고, 장편소설 ‘홀’로 한국인 최초로 셜리 잭슨 상을 수상하며 ‘한국형 서스펜스’로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홀’은 김지운 감독이 영화화를 결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편혜영 작가의 새 소설집 ‘어른의 미래’ 표지. (사진=문학동네)
‘어른의 미래’는 편혜영 작가가 데뷔 후 처음 선보이는 ‘짧은소설집’으로 11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일상 서스펜스’라 할 수 있는 장르를 통해 서스펜스라는 장치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긴장감과 공포심을 자아내는 이야기지만, ‘어른의 미래’에는 기존 서스펜스에 따라오는 세 가지 요소가 없다. ‘피’, ‘비명’, 그리고 ‘회복 불가능한 비극’이다.

‘어른의 미래’ 속 인물들은 피의 세계가 아닌 평범하고 고요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단조롭게 느껴지던 일상은 아주 작은 사건에 의해 무너져내린다. 편혜영 작가의 서스펜스는 인물들이 서 있는 일상이 한 개의 줄에 의지해 가까스로 지탱됐다는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작동한다.

‘이윽고 밤이 다시’의 주인공 장이수가 그러하다. 장이수는 한밤에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내가 누구인지 생각해내야 할 거야”라고 겁을 주는 여자 때문에 자신이 외면해온 과거의 실수와 마주한다. ‘어른의 호의’에 등장하는 기명 또한 느닷없이 나타나 자신을 따라다니는 한 남자로 불안에 휩싸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편혜영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공포심이 극대화된 소설 ‘깊고 검은 구멍’의 주인공 ‘나’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찾아온 행운, 그리고 그 행운을 다시 빼앗기는 과정 속에서 ‘나’는 한 번도 호들갑스러운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소설집은 ‘회복 불가능한 비극’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후반부에 배치된 ‘신발이 마를 동안’과 ‘아는 사람’을 통해서 작가는 우리의 삶이 불운만으로 구성돼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통제 불가능한 인생 속 예측하지 못한 만남이 선물 같은 순간이 될 수 있음을 전한다.

출판사 측은 이번 소설집에 대해 “끊임없는 도약으로 소설적 지평을 넓혀온 작가의 소설세계를 압축적으로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며 “소리와 크기만으로는 짐작할 수 없는, 기어코 문을 열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이번 소설집에는 가득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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