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실종·회수 압박 겹겹”…울상짓는 VC업계

김연지 기자I 2025.09.05 17:11:10

부익부 빈익빈 심화…대형·신생 모두 한숨
루키 설 자리 사라지고, 대형 하우스도 고심
"투자할 만한 섹터 실종"…회수에 무게 싣는 VC들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국에 빠졌다. 출자사업 확대에 힘입어 자금 모집(펀드레이징)에 성공한 대형 VC들은 기쁨도 잠시, 투자처 부재로 회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신생 하우스들은 루키 출자 비중 축소 여파로 설 자리를 잃으면서 업계 전반이 아이러니한 국면에 직면한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서 “올해 하반기는 버티는 것 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기류가 확산되는 배경이다.

(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최근 몇 년간 국내 VC 업계의 최대 고민은 펀드레이징이었다. 곳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면 유망 스타트업 투자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정책자금이 확대되면서 주요 VC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출자사업에 선정돼 자금을 확보했지만, 정작 투자할 만한 섹터와 기업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글로벌처럼 뚜렷하게 뜨는 섹터가 보이지 않아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며 “결국 자금만 쌓이고 실제 집행은 지연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글로벌 투자 열기가 뜨거운 인공지능(AI) 분야조차 국내에서는 투자할 만한 기업이 제한적인 상황이라 미국·중국처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힘들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이에 일부 VC들은 해외 투자로 방향을 돌리며 갈증을 해소하고 있지만, 국내 투자 생태계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신규 투자보다 회수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과거 주요 출구전략이던 기업공개(IPO)가 증시 침체로 사실상 막히면서 구주매각이나 세컨더리 펀드 조성까지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다. 일부 VC들은 만기가 다가오는 펀드의 자금 회수를 위해 투자 지분을 할인 매각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편 신생 VC들의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40% 안팎에 달했던 루키(신생) 출자 비중이 소폭 떨어지면서다. 대형 VC가 안정적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자금이 쏠린 결과로 보인다. 신생 VC들이 초기 펀드 운용 기회조차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안그래도 좁은 문이 더 좁아졌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배경이다.

국내 VC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VC는 곳간을 채울수록 회수 압박이 커지고, 신생 VC는 출자 비중 축소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하반기는 버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내년부터 회복을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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