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대응해 선물 바구니 준비하는 국가들

정다슬 기자I 2025.01.23 14:59:29

인도, 미국산위스키·철강·석유 등 수입 증대 고려
EU, 미국산 LNG와 방위물품 조달 고려
멕시코, 니어쇼어링 정책 강화…저가 중국산 제품 단속
日, 방위비 증대·대미 일본 투자 어필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관세’를 지렛대로 개별국가와 협상을 해 미국에게 이익이 될 최고의 거래를 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응해 전 세계가 통상전략을 짜고 있다.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미국산 제품 목록을 작성하고, 공화당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포진된 지역구 상품을 고려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불법 이민 단속 강화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불법 이민자 단속과 송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22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인도 행정부가 미국과의 무역흑자를 축소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가 올 경우에 대비해 여러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3월 31일 마감하는 회계연도 기준으로 인도의 지난해 대미 흑자는 353억달러였으며, 미국은 이 기간동안 인도의 최대 무역 파트너였다.

논의되고 있는 옵션 중에는 미국산 위스키와 철강, 석유, 대두, 유제품, 차량, 의료기기, 항공기 등을 더 많이 구매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으며, 관세를 일부 인하하는 내용도 있다. 공무원들은 버번 위스키나 피칸과 같은 농산물 목록도 작성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아이디어 중 하나는 공화당에 정치적으로 중요한 미국 주(州)에서 수입하는 상품의 관세를 줄이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러한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립을 피하면서 잠재적인 미중 무역전쟁에서 혜택을 얻으려는 인도의 더 큰 전략”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미국이 중국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경우 전자·첨단기계·섬유·신발 및 화학분야에서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대미흑자를 줄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맞서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와 미국산 방위 물품을 더 많이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산 LNG 수입을 미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가디언은 협상카드가 단순히 상품의 거래에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봤다. 현재 EU가 조사를 진행 중인 미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 이슈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EU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엑스(X, 옛 트위터)와 마크 주커버그 CEO가 있는 메타 플랫폼에 대해서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EU가 X에 규제한다면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탈퇴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U는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피하고 싶지만 필요하다면 피를 흘리는 것도 불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EU 외교관들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미국 주(州)를 표적으로 관세 부과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EU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 후, EU는 위스키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등에 관세를 부과했다.

당장 내달 2월 1일 관세 25% 부과가 예고된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비상이 걸렸다. ‘중국산 제품의 우회 통로’로 지목된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미국을 설득시키는 모양새다. USMCA의 만료일은 2026년으로 그전까지 미국과의 무역관계를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조정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국내외 기업에 대한 세금 공제 등 북미 내 무역(니어쇼어링)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멕시코 제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개별 산업계획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단속도 강화했다.

반면 캐나다는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언급한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캐나다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은 캐나다 정부가 철강, 세라믹, 유리, 오렌지주스 등 미국산 제품을 1단계 보복관세 부과 대상 품목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내달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 역시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할 협상카드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방위비 확충을 통해 미국의 국방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점점 커지고 있는 일본의 대미투자도 ‘세일즈포인트’(sales point)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직접투자(FDI) 규모는 2023년 8000억달러로 2017년과 비교해 60% 증가했다. 금액면에서는 캐나다와 영국을 제치고 미국에 제일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일본은 2021년 기준 미국에 96만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미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수는 과거 10년을 통틀어 1000개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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