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크래머 막스플랑크 연구회장은 11일 연세대 백양누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크래머 회장은 ‘노벨상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막스플랑크 연구회를 이끄는 수장으로 이번에 처음 방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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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기초과학연구원) 나노의학연구단과 독일 막스플랑크 의학연구소는 이날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나노의학 국제 연구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막스플랑크 연구회 산하 연구소 중 하나인 의학연구소는 화학, 물리학, 생리학, 의학 분야 다섯 명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한 세계적인 연구기관이다.
크래머 회장은 한국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혁신을 주도하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부상하고, 일본과 싱가포르가 기초과학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등 아시아 국가와 협력할 필요성이 커졌고, 한국이 대표적인 협력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과 독일 연구자들이 협력해 만든 출판물(논문)이 5년간 2400년에 달할 정도로 양국 협력 수요가 많다”며 “한국은 또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2위를 차지하는 등 기초과학분야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빠른 성장을 이뤄낸 국가”라고 평가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국제 연구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 센터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매년 선정하는 센터 설립을 위한 신청서를 양 기관이 공동으로 제출해 내년에 선정한다는 구상이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10개국에서 18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에 센터가 개소하면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개소하게 된다. 양국이 재정을 분담해 양국에 각각 센터를 설립하고 최대 10년간 협력연구, 과학적 네트워크 확대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IBS 나노의학연구단과 막스플랑크연구회 의학연구소의 강점을 살려 관련 분야 학문적 파급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크래머 회장은 “센터 설립이 이뤄지면 양국 연구자들에게 ‘가시성’을 보여줘 유능한 인재들이 몰리고 과학 증진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과학자도 늘어나고, 첨단 장비를 사용해 인류 거대 문제들을 연구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최근 한국 과학계에서 논란인 연구개발 예산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크래머 회장은 “연구자들에게는 안정적인 펀딩이 중요하다”라며 “정치인들은 빠른 결과물을 원하겠지만, 노벨상 수상자들도 수십년에 거쳐 상을 받았고, 과학난제일수록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크래머 회장은 이어 “독일은 예산 삭감 없이 안정적인 과학펀딩을 유지하고 있고, 그 결과 개미가 살아가는 방식을 연구해 화학물질 구조를 발견하기도 했다”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급격한 예산 변화는 해당 분야 연구자들이 떠나고 미래를 이끌 과학기술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