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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변호사에 대한 검찰 조사는 대장동 의혹 수사에서 큰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이자 수사 핵심인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당하며 잃었던 수사 동력을 남 변호사 조사를 통해 다시금 확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 14일 김 씨에 대해 검찰이 지난 12일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검찰이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외 김 씨가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뚜렷한 증거를 내놓지 못한 셈으로 풀이돼 검찰에 대한 ‘부실 수사’ 비판이 따랐다.
법원 판단의 영향인지, 대장동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돼 지난 3일 구속된 유 전 본부장도 이날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해 검찰은 또다른 악재를 맞았다. 구속적부심은 구속된 피의자가 구속이 과연 합당한지를 법원에 다시 판단해달라고 청구하는 제도로, 인용시 석방돼 추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게 된다.
이같은 요인으로 검찰이 남 변호사를 입국과 동시에 체포한 것 아니냐는 평가다. 검찰이 여유가 없어졌다는 셈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한 사람을 입국과 동시에 체포한 것을 보면, 수사팀이 약간 조급해 보인다”며 “수사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김 씨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도 곧 청구할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남 변호사의 영장도 기각된다면 이 사건 수사 동력을 확실히 잃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검찰은 남 변호사 조사를 마친 뒤 이르면 19일 밤 늦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남 변호사에게 어떤 진술을 확보하는지에 따라 수사 국면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 변호사가 자진해서 귀국한 만큼 어느 정도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김 씨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만큼, 남 변호사의 진술에 따라 수사의 국면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며 “남 변호사가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추가로 입증할 자료를 제시해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남 변호사 입장에선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것 보다 귀국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미국에 있다간 모든 혐의를 뒤집어 쓸 수 있다는 불안감과 수사협조에 의한 감형 혜택 등이 고려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