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에 손댄 트럼프, 자유시장에 남긴 흉터[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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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5.08.27 14:34:13

국유자본주의의 유혹
미국 자본주의의 배신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서 ‘국유자본주의’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의 지분을 취득하면서다. 표면적으로 국가 안보와 기술 자립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본질은 정부가 자유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특정 기업의 소유 구조에 발을 들여놓은 사건이다. 이 조치는 미국 자본주의의 정체성과 원칙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자유시장은 원칙적으로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축구장의 심판처럼 공정한 규칙을 세우고, 그 규칙이 지켜지도록 관리하는 데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심판이 아니라 선수로 뛰어들었다. 특정 기업의 주주가 된 정부는 언제든 정치적 고려를 이유로 경영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는 시장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정부의 자본 투입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무너뜨린다. 인텔의 전략과 투자는 더는 이사회와 시장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정부가 소유한 주주라는 사실만으로도 경영진은 정권의 정책 기조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창의적 모험에서 비롯되는 혁신은 정치적 계산 앞에서 위축되고, 결국 ‘정치적 충성’이 보상받는 구조로 변질된다. 그 결과는 정체와 퇴보일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선례의 확산이다. 오늘은 인텔이지만, 내일은 또 다른 기업도 가능하다. ‘전략 산업 보호’라는 명분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철강·에너지·통신·금융 등 모든 산업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명분 아래 같은 방식으로 개입될 수 있다. 이 논리를 허용한다면, 결국 미국은 민간 자율경제에서 점차 중국처럼 국유자본주의로 미끄러져 갈 것이다.

국유자본주의는 흔히 중국식 발전 모델을 설명할 때 쓰이는 개념이다. 미국은 그간 자유시장과 경쟁을 앞세워 세계 경제 질서를 이끌어왔다. 그런데 스스로 정치적 필요에 따라 기업을 소유하기 시작한다면, 타국의 국유화 정책을 비판할 명분은 사라진다. 미국 자본주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순간이다.

정부의 개입은 언제나 달콤한 유혹처럼 다가온다. 일시적으로는 ‘안보’와 ‘산업 보호’라는 명분이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는 투자자의 신뢰를 해치고, 시장의 활력을 갉아먹는다. 외국인 투자자뿐 아니라 국내 자본도 정부의 자의적 개입을 두려워하게 되고, 결국 자본 유출과 혁신 위축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자본주의의 힘은 실패를 허용하는 데 있다. 정부가 개입해 실패를 막겠다는 순간, 시장은 더는 자유롭지 않다. 혁신은 위험을 감수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하면 위험은 국민이 떠안고, 보상은 특정 기업이 가져간다. 이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정치적 특혜이며, 그 피해는 국민과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가 안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유의 후퇴다. 시장을 신뢰하지 못하는 권력이 개입할 때, 경제의 활력은 사라지고 체제의 정당성은 흔들린다. 정부는 기업의 주인이 아니라, 공정한 심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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