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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파업, 또 파업"…시멘트 출하 숨통 트였지만 한숨은 여전

함지현 기자I 2022.12.01 17:28:07

수색 시멘트 유통기지 가보니…경찰 에스코트로 BCT 진입
"평소에는 줄지어 대기 하지만"…출하량 10% 수준으로 급감
시멘트 손실 1000억원 넘길 전망…여타업종 피해도 '눈덩이'

[이데일리 함지현 박순엽 기자] “화물연대 파업 이후로 지난 닷새 동안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가 한 대도 못 나갔습니다. 업무개시명령 이후 조금씩 들어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평소 출하량의 10%에도 못 미칩니다. 여기에 철도 파업까지 예정돼 있어 많이 힘든 상태입니다.”

서울 마포구 수색역 인근 시멘트 유통기지에 경찰차들이 늘어서 있다. 시멘트 출하를 담당할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는 보이지 않고 있다.(사진=함지현 기자)
◇평소 길게 늘어선 BCT, 한두대 보기 어려워…출하량 ‘급감’

1일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수색역 인근의 한 시멘트 유통기지. 경찰이 지키고 있는 입구를 지나 대형 사일로(시멘트 저장고)에 이르는 길을 지나는 동안 움직이고 있는 대형 트럭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 버스만이 양옆으로 늘어서 있어 삼엄한 분위기만 엿보였다.

큰 원통형으로 구성된 사일로를 지나가니 확성기를 통한 시위를 하는 봉고차가 한 대 보였다. 전날까지는 없었으나 수색 기지에서 조금씩 시멘트 출하가 이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아침부터 찾아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라고 했다.

하루에도 BCT가 백대 이상 드나드는 곳이라 꽤 넓은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방문 후 다소 시간이 지날 때까지 단 한대의 BCT도 볼 수 없었다. 당연히 최대 세대까지 들어갈 수 있는 사일로는 텅 비어 있었다. 조금 더 기다리자 BCT 두 대가 띄엄띄엄 나타나 시멘트를 담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 경호 오토바이 몇 대가 이곳을 돌아보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출입 과정과 출하 과정에서 마찰은 빚어지지 않았다.

원래 이곳은 하루 4500t(톤)이 출하되는 곳이다. BCT는 180대 정도가 오갔다. 사일로에 세 대씩 들어가 시멘트를 수급받는 동안 그 뒤로 적게는 7대, 많게는 15대씩 대기를 한다. 차량이 몰릴 때는 인근 도로까지도 차량이 멈춰선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아직 성수기 시즌인 만큼 현장은 긴박하게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만 화물연대 운송 거부 여파는 상당히 거셌다. 지난달 24일 파업 직전부터 경찰이 배치됐음에도 단 한대의 BCT도 유통기지를 찾지 않았다고 한다.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지난 30일이 돼서야 11대가 이곳을 찾아 280t 정도의 출하가 이뤄졌다. 평소 출하량의 10%도 안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은 오는 2일부터로 예고한 철도파업의 여파도 주목하고 있었다. 유통기지는 지방의 공장에서 생산한 시멘트를 철도를 통해 수급받는다. 하루 정도면 쌓아 둔 시멘트가 대부분 출하되기 때문에 철도 역시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수량을 맞출 수 있다. 만약 철도파업이 이어진다면 이제는 시멘트 수급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날까지는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재고가 줄어들지 않아 추가적인 시멘트를 쌓을 수 없어 화차가 멈춰 서 있었으나, 철도 파업 시 유통기지 가동에 차질을 빚게 되는 또 다른 이유가 더해지는 것이다.

여러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유통기지 관계자는 “경찰이 에스코트를 확실히 해주고 업무개시명령까지 이뤄지면서 출하량이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늘은 오전에만 10대 가량이 나갔으니, 어제보다 더 많은 출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였다. 이 관계자는 “경찰들이 지키고 있어 비노조원 BCT 기사들이 유통기지를 찾아와도 아무 일 생기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서 조금씩 많은 기사들이 찾아와 상황이 좋아지기를 바란다”면서도 “여전히 많이 힘든 상황인 것은 맞다”고 털어놨다.

경찰 경호 오토바이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가 들어 선 사일로(시멘트 저장고) 주변에 서 있는 모습(사진=함지현 기자)
◇시멘트뿐 아니라 석유화학·주유소까지 피해 ‘눈덩이’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멘트 업계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형국이다. 실제로 시멘트협회는 지난달 30일까지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로 인한 누적 피해 금액이 약 95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루 130억원~18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1일) 중 1000억원이 훌쩍 넘는 손해가 불가피한 모습이다. 게다가 사태가 사그라들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어 지난 6월 운송거부 당시 매출손실액인 약 1061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시멘트 업계뿐만이 아니다. 석유화학 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이 중단되지 않으면 이번 주말부터 공장 가동률을 줄이거나 아예 공장 가동을 중단할 처지에 놓였다. 파업 이후 항만이 마비되면서 수출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국내 물량도 평소 대비 평균 30% 수준의 규모만 출하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석유화학협회가 추산한 하루 업계 피해액은 680억원에 이른다.

파업 장기화에 따라 전국 주유소 곳곳에서 석유제품이 동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석유제품 재고가 소진된 주유소는 총 33곳에 이른다. 석유제품을 실어 나르는 탱크로리의 화물연대 가입률이 전국 70%, 수도권 90%에 이르는 만큼 석유제품이 동난, 이른바 ‘품절 주유소’는 속출할 전망이다.

축산업계의 고심도 점차 깊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배합사료 원료와 조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사료 공장들의 원료 확보량이 2~3일분밖에 되지 않아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면 사료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전국 한파특보가 발생한 상황에서 사료 공급에 차질까지 빚어지면 가축 생명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민생을 망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지역기업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주요 산업단지가 화물연대 차량으로 봉쇄돼 지역 중소기업들은 납품 길이 막혔으며, 이에 따라 냉동생선·김치 등 신선 유지가 필요한 물품들은 폐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물연대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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