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출신의 연출가 밀로 라우(47)가 2018년 벨기에 엔티겐트 극장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며 발표한 ‘겐트 선언문’의 일부다. 라우 연출은 관객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신랄하고 불편한 현실을 목격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는 움직임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를 지금 세계 공연계의 가장 논쟁적인 연출가로 꼽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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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우먼’은 오스트리아 작가 후고 폰 호프만슈탈이 1920년 발표한 연극 ‘예더만’에서 영감을 받았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우화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라우 연출은 이를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죽음을 앞둔 여인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다큐멘터리 연극’의 형식을 취한 점이 특징이다. 암 투병 환자로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난 배우 헬가 베다우의 생전 모습을 촬영한 영상, 그리고 무대에 오른 배우 우르시나 라르디가 스크린을 바라보며 베다우와 함께 연기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라르디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영화 ‘하얀 리본’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배우. 이번 한국 공연에도 직접 출연한다.
라우 연출은 “‘에브리우먼’은 베다우와 라르디의 대화를 통해 죽음과 삶의 의미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며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죽음을 피하고자 노력하는 모습, 동시에 자신이 지나온 삶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을 같이 다루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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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 연출은 언론인으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연극·영화제작사 ‘국제정치살인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of Political Murder)를 창립해 사회 현실을 꼬집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2009년 정치 연극 ‘차우셰스쿠의 마지막 날들’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초청돼 이름을 알렸다. 2018~2023년 벨기에 엔티겐트 극장 예술감독을 지냈고, 현재 오스트리아 빈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라우 연출의 작품은 실제로 세계를 바꾸고 있다. 그가 최근 선보인 오페라 ‘저스티스’는 콩고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다뤘다. 라우 연출은 “비극적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랐고, 이를 위해 후원 캠페인을 열어 약 2만 유로를 모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연출가로서 공연을 관객에 단순히 선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연의 기조가 된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고자 한다”며 “좋은 연극, 잘 만든 영화, 심금을 울리는 음악 모두가 행동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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