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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본격화한 대장동 재개발은 민관 합동 개발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추진됐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민간 사업자가 재개발 사업에 드는 비용을 대되, 개발이익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과 나눠갖게 되는 구조다. 성남시가 위례신도시에 이어 대장동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다.
◇민영개발=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민관합동=로리스크 하이리턴
대장동 개발 방식은 그동안의 공영이나 민영 재개발과는 여러모로 차이가 크다. 대장동 재개발은 민간 부동산업자들이 오래전부터 탐내던 사업이었다. 민간 사업자들은 분당에 남은 마지막 남은 재개발 지역이라며 200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방식을 통해 민영 재개발을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했다.
이들 민간 개발업자들이 몰려든 것은 민영 재개발 사업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통상 민간 개발업자들은 외부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 재개발 사업에 나선다. 위험부담이 있는 만큼 저리의 자금 조달은 쉽지 않지만 사업이 성공할 경우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사업에서 가장 큰 난관은 땅작업(토지 매수)과 인·허가다. 대부분 재개발 구역에선 땅작업 시 매입가를 두고 개발업자와 토지주 간 갈등이 벌어진다. 향후 높은 개발이익 등을 고려한 토지주들과 최대한 비용을 낮추려는 개발업자들 간의 눈치싸움은 지극히 당연한 풍경이다. 인·허가 과정에선 지방자치단체의 꼼꼼한 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한 작업이지만 일단 재개발이 성사될 경우 민간 개발업자 입장에선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고위험고수익(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구조인 것이다. 대장동의 경우도 2009년 민간 개발업자가 예상한 개발이익만 32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자체 등 공공 입장에선 민영 개발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전무하다. 도로나 학교 용지를 기부채납 받는 수준에 그친다.
◇원주민들, 민간개발 비해 낮은 토지보상 받아
성남시가 대장동에서 애초 추진했던 공영개발도 성남시 입장에선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공영개발은 공공이 추진하는 만큼 사업 추진 속도에서 민영 개발에 비해 훨씬 빠르다. 민영이 일일이 원주민 토지 매입을 해야 하는 것에 비해 공영개발은 협의 후 수용이 가능하다.
다만 매입 가격이 민영 개발에 비해 낮아 원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셀 수 있다. 더욱이 공공개발은 개발 초기 공공이 직접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사업성이 없는 지역에선 개발 자체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또 공공성에 중심을 두다 보니 시장의 다양한 부동산 수요를 맞추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장동의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은 민영개발과 비교해선 땅작업과 인·허가 과정이 훨씬 수월할 수밖에 없다. 공공 입장에선 개발 사업을 초기 투자금 없이 진행할 수 있고 향후 수익도 배분받을 수 있다. 민간 개발업자 입장에서도 개발이익을 나눠갖게 되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어 투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구조다.
또 공영개발과 달리 지자체 입장에선 초기 막대한 투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 토지 보상가 역시 공공 방식의 수용으로 가능하다. 실제 대장동 재개발에서도 원주민들은 기존 민간 개발업자들이 제시했던 토지 보상가에 비해 훨씬 낮은 가격에 땅을 내놔야 했다.
이 지사는 이와 관련해 “재개발로 인한 개발이익을 고려해 높은 가격으로 원주민들의 토지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허가를 통해 개발용도가 변경돼 생기는 불로소득을 토지주들이 취득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그 같은 개발이익은 모든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민간 개발업자에게 개발이익이 과도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성남시 입장에선 성공한 사업”이라며 “향후 원주민 설득과 개발이익 제한 조치 등을 담으면 민관이 상생할 수 있는 재개발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