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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사진들에게 구체적인 의안을 특정하지 않은 채 이사회 소집 통보를 발송했다. 소집일시는 오는 30일 오전 9시다. 전날 MBK·영풍 측이 제안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에 응하기 위해 이사회를 여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지만, 의안을 사전에 특정하지 않은 만큼 일반적인 목적이 아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이 다수의 언론을 통해 언급했듯이 신탁계약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함으로써 의결권을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 최 회장이 이사회 소집을 통보한 이유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이 지난 5월 취득한 자사주 28만9703주(1.4%)에 대한 신탁기간 만기가 오는 11월 8일 해제된다. 전날 종가 기준 약 3700억원 어치로, 고려아연의 연간 인건비 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당시 이사회는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의 이유로 ‘주식 소각 및 임직원 평가보상’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1500억원 규모 자기주식 중 1000억원은 소각하고, 나머지 500억원은 임직원 보상제도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히니 바 있다.
MBK 측은 “법조계에서는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를 처분하는 경우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주주 간의 지분경쟁 상황에서 일부 경영진의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목적하에 종업원지주제를 활용하는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져 있으며, 이미 확고한 법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한다면,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 이사회가 결의한 ‘주식 소각 및 임직원 평가 보상’라는 목적에도 어긋나 주주들로부터 거센 항의가 예상된다”며 “애초의 취득목적을 뒤집는 것으로서 소각 계획을 신뢰하고 고려아연의 주식을 매입한 일반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일이며, 주주환원 정책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MBK 측은 “고려아연 이사회에 신규이사 선임 및 집행임원제 전면 도입을 위해 임시주주총회의 소집을 청구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우리사주조합에 자기주식을 처분한다면, 이에 찬성한 이사들은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 및 막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