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산운용사 터틀캐피탈매니지먼트(터틀캐피탈)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매트 터틀 대표는 8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ETF 시장의 급성장과 투자 변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미국 ETF 시장이 과거에는 단순히 S&P500이나 나스닥 등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지수 추종’ 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특정 산업과 투자 아이디어를 정밀하게 구현하는 액티브·테마형 시장으로 급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단순히 저평가된 가치주를 사서 기다린다’는 식의 전통 가치 투자 방식도 끝났다고 평가했다.
터틀캐피탈은 미국의 독립계 ETF 운용사로, ‘월스트리트에 대한 새로운 처방(The Antidote to Wall Street)’을 자처하며 파격적인 상품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약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약 70개의 액티브 ETF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전략은 테마 투자와 레버리지·인버스, 구조화 인컴, 옵션 기반 상품 등이다.
터틀 대표는 현재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미국 ETF 시장을 ‘테마 전쟁’으로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식시장이 굉장히 테마 위주로 돌아가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시장에서 여러 ETF가 쏟아지고 있는데 대부분 테마형 ETF 상품으로 과장해서 말하면 D램과 비슷한 다음 D램 ETF가 될 만한 것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테마안에서 차별화한 상품 출시를 놓고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는 설명이다.
터틀 대표는 이날 회사의 슬로건인 ‘월스트리트의 해독제’를 강조하며, 전통적인 투자 공식도 수명을 다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헤지(Hedge)가 필요하지만, 전통적으로 쓰이던 채권은 현재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투자 부적합 자산”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카지노에 빗대어 “플레이어가 아닌 ‘카지노 하우스’처럼 나만의 우위(Edge)를 갖고 있어야 하며, 남들과 다른 엣지가 없다면 차라리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터틀캐피탈은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다음 단계로 메모리와 포토닉스, 우주산업 등 이른바 ‘AI 인프라 병목’ 분야를 제시했다. AI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공급망과 기술적 한계를 해결하는 기업이 차기 주도주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와 더불어 광학·레이저 기반 데이터 전송 기술인 ‘포토닉스(Photonics)’를 꼽았다. 그는 “기존 동축 케이블 구리선으로는 폭증하는 AI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이에 대체 기술이 개발이 되고 있고 그중에서 한 분야가 레이저나 광학을 이용한 포토닉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가 우주에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주 테마 역시 AI 병목 해소의 연장선으로 해석했다.
아울러 급등한 AI 테마주의 변동성을 상쇄하기 위한 대안으로 구리 광산, 철도, 에너지 등의 실물 자산 중심의 산업도 함께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AI 기술 도입으로도 대체되지 않고 오히려 수혜를 입는 가치주 ETF를 통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터틀캐피탈은 유망 테마 발굴 시 1차 수혜 기업부터 협력업체 공급망을 단계적으로 파고드는 ‘테마 투자 하이어라키(Hierarchy)’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터틀 대표는 “투자 전제가 맞으면 큰 수익을 얻고 틀리더라도 손실은 제한되는 상방-하방 비대칭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는 커버드콜 ETF의 구조적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배당(인컴)으로 얻는 구조다.
그는 “커버드콜 전략은 보유한 주식에 대해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얻는 방식”이라며 “이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인컴을 확보할 수 있지만, 기초자산이 크게 상승할 경우 상승분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터틀캐피탈은 ‘풋 크레디트 스프레드(Put Credit Spread)’를 활용한 인컴형 ETF를 내놓고 있다. 상승 가능성이 높은 테마를 기초자산으로 삼으면서 풋옵션을 활용해 인컴을 추구하는 구조다.
그는 기자간담회 이후 진행한 질의응답에서 한국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특정 종목에 자금이 몰린 결과일 뿐, ETF가 없었어도 투자자들은 선물 등으로 레버리지 투자를 했을 것”이라고 변동성이 상품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미국 상장 ETF시장은 올해 상반기 1조 달러(1345조원)를 돌파했으며, 현재 추세라면 연말까지 2조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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