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로보컵 '우승' 장병탁 교수 "스마트폰 다음은 홈로봇"

김유성 기자I 2017.08.02 15:31:28

국제 로보컵 대회 우승후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
80년대 PC, 2000년대 스마트폰 이어 "홈로봇 큰다" 강조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스마트폰 다음은 홈로봇이다.”

국내 머신러닝(기계학습) 분야 최고 전문가중 한 명인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홈로봇을 PC와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먹거리로 예상했다.

2일 장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로봇은 명확하게 성장하는 산업”이라며 “80년대초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PC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담일 수 있지만 페퍼와 같은 로봇의 가격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0분의 1로 줄여 판다면 금방 스마트폰처럼 될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앞서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아랫줄 왼쪽에서 세번째)와 바이오지능연구소 팀원들이 대회후 소프트뱅크의 홈로봇 ‘페퍼’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대 연구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AUPAIR는 페퍼에 탑재돼 생활속 과제를 수행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바이오지능연구소 제공)
장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바이오지능연구소는 지난 30일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된 ‘2017 국제 로보컵(RoboCup)’에서 에서 우승했다. 연구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제품명 : AUPAIR)은 ‘음료수 주문하기 등’ 생활 속 8가지 과제를 수행하며 최고 점수를 받았다. 결선에서는 호주 시드니 공대팀을 비교적 큰 점수차로 따돌렸다.

사실 로보컵은 지난 대회까지 로봇 축구대회로 개최됐다. 소형 로봇이 제한된 공간에서 상대 골대에 골을 넣는 방식이었다. 기계학습에 기반한 로봇 공학이 고도화되고 실생활 응용 필요성이 커지면서 대회 방식이 바뀌었다. 실생활에서 사람의 명령을 로봇이 직접 받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 대회에는 스티브 잡스와 함께 초기 애플PC를 개발했던 스티브 워즈니악이 참관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워즈니악은 집안에서 사람을 돕는 홈로봇의 시장 가능성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장 교수는 “워즈니악에 지금의 로봇 시장 상황과 예전 PC 시장과 비슷하지 않냐고 물었다”며 “워즈니악은 오픈소스 등이 활용된다는 점을 뺀다면 70년대 80년대 PC 태동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이후 급속히 팽창한 PC 시장처럼 홈로봇도 급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홈로봇은 이미 AI스피커 형태로 보급되는 중이라고 장 교수는 진단했다. 예컨대 아마존의 AI스피커 ‘에코’는 사람과 소통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거나 정보를 알려준다. 이런 에코에 스크린과 카메라를 탑재하고 이동 수단을 붙이면 소프트뱅크의 홈로봇 ’페퍼‘와 유사해진다. AI스피커의 다음 모습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장 교수는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하드웨어 산업과 비교하면 척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로봇산업에 투자했지만 대부분은 기계공학 쪽이었다. 로봇이 생각하고 인간과 소통하도록 만드는 소프트웨어 분야만큼은 소홀했다는 게 장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강한 제조업 문화와 달리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 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한 대우와 근무 처우가 개선되고, 이들을 바라보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 연구팀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머신러닝을 연구했다. 이번 로보컵 우승도 그간 쌓아온 머신러닝 노하우 덕분이다. 그는 “기초 연구로 머신러닝을 했고, 그러다 최근 산업화 과정을 맞게 됐다”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홈로봇에 대한 산업화를 꼭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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