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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황금낙하산 조항은 국내 상장사가 정관에서 적대적 M&A에 대한 경영권 보호를 위해 채택하는 수단이다. 중도 해임되는 대표이사 등 경영진에게 특별한 금전적 보상을 정관을 통해 보장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적대적 M&A로 해임될 경우 고액의 퇴직위로금을 약속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사회 의사록을 살펴보면 엔지캠생명과학은 정관 변경 건에 대표이사·사내이사가 적대적 M&A로 인해 그 의사에 반해 해임될 경우 퇴직보상금으로 대표이사에게 200억원, 사내이사에게 100억원을 7일 내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주총에 의한 이사 해임·선임 문턱을 높였다. 기존 이사회에서 적대적 M&A에 의한 것으로 결의할 경우, 출석주주 의결권의 80% 이상으로 하되, 발행주식총수의 75% 이상이어야 이사 해임·선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앞서 엔지켐생명과학은 인도 제약사 자이더스 카딜라 코로나19 DNA 백신 ‘자이코브 디(ZyCoV D)’ 위탁생산(CMO) 등을 목적으로 한 투자유치 과정에서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3164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지만, 대규모 실권주가 나왔다. 대표주관사를 맡은 KB증권은 최종 실권주 인수비율 100%로 계약한 상태였고, 모든 실권주를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에 KB증권이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됐고, 엔지켐생명과학을 둘러싼 적대적 M&A 가능성이 제기됐다. KB증권은 실권주 381만2523주를 떠안게 됐고 지난 10일 기준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27.97%를 갖게 됐다. 이후 지난 18일엔 KB증권이 장외매도를 통해 2만9000원~3만원 초반대 단가로 총 119만4569주를 매도했고, 지분은 19.21%로 줄었다.
주가 우려도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주관 증권사가 이처럼 실권주를 대거 인수하게 됐고, 경영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변동성 노출 관리 차원에서 빨리 처분하는 게 원칙일 것”이라며 “‘오버행’(증시에서 언제든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잠재적 과잉 물량 주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소량 분할 매각에도 시장 충격은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의 황금낙하산 조항이 KB증권의 인수 물량 ‘셀다운’(재판매)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경영권 문턱이 높아지면서 매각 물량을 사들이려는 수요나 거래금액이 낮아질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업계는 회사의 그간 경영 행태가 이번 황금낙하산 움직임 평가를 가를 것으로 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황금낙하산을 택한 것은 약해진 지배구조를 방어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최대주주까지 바뀐 상황에선 불가피했을 선택으로 보인다”면서도 “그간 기업의 도덕적 평가가 좋지 않았다면 이 외 이를 기존 경영권만 과도하게 보호하기 위한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경영권보호 정관조항들은 지나치게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일반주주의 권리를 제한하고 지배주주의 권한을 과도하게 보호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아무리 상장기업의 정관이 주주총회를 통과한 자율적 규약이라고 해도 일반주주의 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되는 경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