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석화, 기업결합 예외로 허용해야”…특별법 논의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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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I 2025.09.01 15:36:38

주철현 의원 발의 특별법 공청회
업계 “전기료 인하·세제 혜택 절실”
공정위 ‘공동행위 예외 적용’ 쟁점
정부 “긍정 검토” 국회 “신속 통과”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장기 불황으로 구조조정을 앞둔 석유화학 업계를 살리기 위해 인수합병(M&A)과 같은 기업 결합시 공정거래법 적용을 예외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산업계를 중심으로 구조 개편을 위한 시급한 제도 마련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정치권의 강력한 의지로 입법 동력이 커지면서 석화산업 특별법 제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간 결합 위해 특별법이 가장 효과적 해법”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석유화학산업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산업계·지역사회·학계·정치권은 한목소리로 특별법법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합병·분할 등을 추진하는 기업에 세액공제·과세 이연 등 세제 지원을 제공하고, 사업 재편을 승인받은 기업에 한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일부 예외로 두는 조항을 담고 있다. 즉, 석화업계 구조조정 촉진과 제도적 안전판을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석유화학산업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김은경 기자)
한문선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은 “석유화학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산업 생태계 존속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기업들이 자구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고부가·친환경 전환을 위해선 전기요금 특례 지원과 세제 혜택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업계에서는 사업 재편 과정에서 현실적인 애로가 쏟아졌다.

정대옥 HD현대케미칼 기획부문장은 “롯데케미칼과 대산공장 통합을 협의하고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제약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기섭 롯데케미칼 경영지원본부장도 “특별법을 통해 HD현대케미칼 통합과 같은 산업 대전환의 선도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정책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김용수 SK지오센트릭 경영기획실장은 “사업 재편 과정에서 고용 불안이 불가피하다”며 “재직자·이직자를 위한 재교육, 전직 지원 등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일괄적인 공정거래법 적용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점유율 합계가 해당 분야 1위를 차지하는 경우 기업결합이 금지되는데, 석유화학은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어 인수합병(M&A) 등 사업 재편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석유화학 분야 공동행위가 공정위 인가를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지금까지 인가 사례가 거의 없고 ‘경쟁제한 효과보다 산업 구조조정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시행령 요건을 정량적으로 헤아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한경쟁이 이어지면 모두 파국으로 가는 ‘목따기 경쟁(cut-throat competition)’에 빠진다”며 “사업자가 존재해야 경쟁도 성립하는 만큼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수련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도 “생산량 감축을 위한 설비 통폐합은 부당 공동행위로 볼 수 있다”며 “특별법이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했다.

원칙 재강조한 공정위…“공동 인가 신청시 사업재편 도울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석유화학 업계의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가격 안정과 경쟁 유지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기업결합 심사는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고 공동행위 인가 신청이 들어오는 경우에도 빠르게 처리해 사업재편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준헌 공정위 시장감시정책과장은 “M&A와 같은 기업결합은 생산성이 높은 설비를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져 효율성이 높아지고 공급량을 줄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며 “반면 공동행위는 설비나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라고 두 방식을 명확히 구분했다.

이어 “M&A는 공정위가 가장 신속히 지원할 수 있는 영역으로, 관련 제도를 총동원할 생각”이라며 “공동행위의 경우 기업들이 인가를 신청하면 최대한 빠르게 심사해 사업 재편을 돕겠다”고 말했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석유화학산업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정치권도 특별법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에게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 지정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건의한 바 있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인력 구조조정 없이 기업들이 신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반대하면 국회 논의만으로는 힘이 없다”며 정부 의지를 촉구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 건의에 공감하며 제도적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동철 산업부 화학산업팀장은 “석유화학 산업 전기요금 원가 비중은 10~15%로 파악하고 있다”며 “전기료 직접 감면은 쉽지 않지만 차등 요금제나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등 건의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특별법을 발의한 주철현 의원은 “석유화학 업계도 정부에 세금만을 요구하는 모습으로는 지역사회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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