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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푸틴처럼"…에르도안, 차기 대권 최대 라이벌 체포

방성훈 기자I 2025.03.20 15:45:48

야권 후보 유력한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체포
에르도안에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꼽혀
"체포 시점 결코 우연 아냐…에르도안, 사법 무기화"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에크롬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돌연 체포됐다. 다음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에서 유일하게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로 꼽혔던 만큼, 에르도안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위해 미리 손을 쓴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튀르키예 대통령과 그의 정적으로 꼽히는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에크롬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사진=AFP)


19일(현지시간) AP통신,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경찰은 이날 이마모을루 시장을 부패, 범죄조직 운영 및 테러 연루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이와 별도로 이마모을루 시장을 추종하는 105명에 대한 체포영장도 이날 발부됐다.

검찰은 이마모을루 시장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이들의 정치조직 쿠르드사회연맹(KCK) 등을 지원한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뇌물 수수 및 공개 입찰 조작 등 부패 의혹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튀르키예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소속으로, 다음 튀르키예 대선에 야권 후보로 출마할 계획이었다. 그는 2019년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데 이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야당을 이끌고 집권당인 개발정의당(AK)을 20년 만에 패배시켰다. 이후 이마모을루 시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CHP는 이달 23일 그를 대선 후보로 지명하기 위한 예비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이날 이마모을루 시장이 체포·기소됨에 따라 모든 일정과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전날에는 이스탄불 대학교가 30여년 전 이마모을루 시장의 학사 학위를 취소해 사실상 대선 출마 기회를 박탈했다. 튀르키예 법에선 대선 후보 자격을 대졸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새벽 7시경 자신의 아파트에서 체포되기 직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동영상을 게재하며 “우리는 폭정에 맞서 싸우고 있다. 나는 낙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CHP는 “국민 의지에 반한 차기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시도”라고 강력 비판하며 오는 23일 예정대로 예비선거를 진행해 이마모을루 시장을 차기 대선 후보로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정부는 이날 이마모을루 시장을 체포한 뒤 X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지하철역을 폐쇄했다. 공공질서 보호·유지를 명분으로 나흘 간 공공집회도 금지했다.

하지만 수천명의 시위대가 이날 저녁 이스탄불 시청 앞에 몰려 에르도안 대통령을 규탄하며 이마모을로 시장의 석방을 촉구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에르도안 정부를 향한 비난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마모을루 시장을 체포한 시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며 “그가 더 많은 법적 소송에 휘말릴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은 많지만, 체포돼 구금당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은 거의 없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법권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마모을루 시장을 체포한 일련의 과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과거 그의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를 제거한 과정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두 지도자는 평소에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중동연구소의 고눌 톨은 “기존의 에르도안 대통령 기준으로 보면 엄청난 일”이라며 “어쩌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면죄부를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어낸 엄청난 혼란은 외국 독재자들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느끼도록 만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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