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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는 9일(현지시간) 주상하이 캐나다 총영사관 소속 제니퍼 라론드 영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오는 13일까지 중국을 떠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또 캐나다 정부의 ‘부당한 조치’와 관련해 외교 경로를 통한 공식 항의를 의미하는 ‘엄정한 교섭’도 제기했다면서, 추가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캐나다가 주토론토 중국 영사관 소속 외교관인 자오웨이를 추방하기로 결정한데 따른 보복 조치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전날 자오웨이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한 뒤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자오웨이는 신장 위구르족 탄압 등 중국의 인권 문제를 비판해온 캐나다 보수당(야당) 소속 마이클 청 연방 하원의원을 사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콩 출신 이민자의 아들인 청 의원은 2021년 위구르족 탄압을 인종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주도해 중국의 제재 대상이 됐다. 이후 캐나다 언론은 2021년 7월 캐나다 정보당국 보고서를 인용해 자오웨이가 청 의원과 그의 홍콩 내 친인척 정보 수집에 관여했다고 보도했고, 사찰 논란이 일었다.
졸리 장관은 “어떤 형태의 내정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캐나다에 있는 외국 외교관들이 이런(사찰) 행위에 연루됐다면 귀국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측은 캐나다의 의혹 제기를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일축했다.
중국과 캐나다는 2018년 말부터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됐다. 캐나다가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하자 중국 정부도 전직 외교관 등 캐나다인 2명을 간첩 혐의로 구금해 갈등을 빚었다. 멍 부회장은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딸이어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했고, 중국은 추가 보복 조치로 이듬해 캐나다산 카놀라유와 돼지고기 수입을 중단했다.
최근엔 중국이 2019년과 2021년 캐나다 총선에서 친(親)중국 후보들을 지원하는 등 개입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캐나다가 지난 3월 특별 조사관을 임명해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나서자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