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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고용부가 사회적 파장이 큰 법안 제정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며 공개 시일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국회 등에 따르면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1일에 이어 이 날까지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5인 미만 사업장의 근기법 전면 적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행 근기법에는 법 적용 범위를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5인 미만 사업장은 부당해고 구제, 퇴직금, 휴업수당, 노동시간, 직장 내 괴롭힘 구제 등 근기법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국내 전체 사업장 10곳 중 6곳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근로자 수로도 전체 10명 중 1명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은 127만 2563곳으로 전체사업장(191만 5756곳)의 66%를 차지한다. 근로자 수도 511만 9261명으로 전체 근로자(3673만명) 13% 수준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기법이 적용되면 사회·경제적 파장이 상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수백만의 근로자와 사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에 대한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법 개정의 근거가 되는 자료는 부실한 상황이다. 그나마 정부 연구자료로는 2015년 ‘근로기준 제도 선진화 방안’ 정도로 이마저도 5인 미만 사업장을 특정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미 관련 연구자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법안 논의 과정에서 국회에 제공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부에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조건 실태조사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지만 고용부는 최종 확정이 되지 않았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국회가 요청한 자료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등 근로조건 실태조사’로 고용노동부의 연구용역으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했다.
그런데 이 실태조사는 지난 6월 마무리됐다. 즉, 실태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진행됐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최종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 일반적인 연구용역이 연구가 마무리된 뒤 통상 2개월 후 최종보고서가 나오는 데 반해 이례적인 상황이다.
고용부는 아직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해석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어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구 자체는 마무리가 됐지만, 최종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라며 “조사 결과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에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고용부가 실태조사가 법안 개정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 파정이 큰 사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노위 관계자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과 대선 상황까지 겹치면서 5인 미만 근기법 적용 확대가 예민한 이슈가 되고 있어 정부가 실태조사 공개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 보인다”며 “강경하게 비공개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번 법안 심사 과정에서 고용부의 실태조사를 들여다 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