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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재개정안 중 단연 화두는 ‘안전모 미착용’이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면 범칙금 2만원이 부과된다. 국회가 땜질식으로 급하게 처방하느라 법 시행이 코앞이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헬멧 의무 착용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다. 킥보드 업계에서는 기기에 헬멧을 부착하느냐, 이용자들에게 헬멧을 저렴하게 공급할 것이냐 등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을 뿐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한 킥보드 업계 관계자는 “위생 측면에서 볼 때 헬멧 공유가 조심스럽다”라며 “자주 쓰는 이용자들에게 헬멧을 따로 공급하는 안 등을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헬멧 의무 착용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위생과 사이즈 문제가 헬멧 의무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역에서 직장까지 전동킥보드를 매일 이용한다는 이모(31)씨는 “코로나19 시국에 다른 사람이 쓴 뒤 소독하지 않고 야외에서 방치된 헬멧을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모(28)씨는 “사람마다 머리 크기가 다 다른데 헬멧 사이즈가 맞을지 모르겠다”며 “짧은 거리를 편리하게 이동하려고 전동킥보드를 타는데 번거로운 것이 많아져 13일부터는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전거 헬멧 의무화가 유명무실해진 것처럼 전동킥보드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8년 9월 서울시에서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를 공언하고, 서울시 공공자전거(일명 ‘따릉이’) 대여소 옆에 자전거 헬멧 보관함을 비치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시가 여의도 일대 따릉이 이용자 1605명을 조사한 결과 헬멧을 이용한 사람은 45명(3%)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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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법부터 바꾸고 단속하기 전에 전동킥보드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선행됐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신형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PM이 등장하고 정책과 홍보·교육 등이 뒤늦게 따라간 것이라 헬멧 의무화 등 법 개정안이 정착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단속을 얼마나 잘하고, 수용자가 얼마나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라고 설명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명예교수도 “자전거도 실질적으로는 헬멧 의무 착용이 잘 되고 있지 않은데, 너무 규제 일변도로 가고 있다”며 “후진국 형태의 규제로 쉽게 가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교육이나 제도정비가 먼저 이뤄져야 하지만, 한 박자 늦었다”며 “앞으로 새로운 이동수단들이 등장할 텐데 이것들을 전부 포용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논의 끝에 법적 정비·교육 등이 이뤄져야 했다”라고 말했다.
한 킥보드 업계 관계자도 “해외에선 속도를 15㎞ 정도로 떨어뜨리는 대신 헬멧 의무 착용이 아닌 사례도 있다”며 “헬멧 의무화 관련해서 일괄 적용이 아니라 다양한 논의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